현대그룹이 16일 현대건설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 방어에도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현대아산·현대유엔아이·현대경제연구원 등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현대그룹이 가진 현대상선의 지분은 가장 많은 20.60%를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 각 계열사와 그 우호지분을 합쳐 43.4%에 달한다.

그다음으로는 현대중공업·현대차 등 범현대가(家)가 32.29%, 현대건설이 8.30%를 각각 나눠 갖고 있다.

즉, 현대건설의 지분 8.30%가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는 구조다.

만약 현대건설이 현대차로 넘어간다면 현대그룹으로선 그룹 경영권이 줄줄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현대그룹 측은 이번 인수에 더욱 필사적으로 나서는 한편 경영권 방어를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9월 말 현대상선은 자사주 457만주 가운데 90만주를 우호세력인 넥스젠캐피털에 매각했다.

이는 의결권이 제한된 자사주를 제3자에 넘겨 의결권을 살리는 것으로, 경영권 방어의 목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었다.

본입찰을 나흘 앞둔 11일에는 현정은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의 공동 대표이사에 취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현 회장은 현대가의 정통성을 잇게 됐다는 명분과 함께 그룹 차원의 성장동력확보·경영권 방어 등 '여러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