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미국 각 지자체의 재정난이 심화하면서 지자체가 재원조달을 위해 발행한 채권이 새로운 위기의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적 곤경에 처한 대출자들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을 포기하면서 주택시장의 위기가 심화됐다면서 지방채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전문가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소규모 공업도시 메너샤는 증기공장 건설을 위해 발행했던 2천300만달러 규모의 5년 만기 채권의 원금을 1년 넘게 상환하지 않고 있다.

시 정부는 작년 9월 만기가 된 채권의 상환을 둘러싸고 3곳의 법원에 제기된 소송에 대처하느라 월평균 8만달러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태다.

채권 발행 당시 조건을 보면 시 정부가 상환을 위해 필요할 경우 세수를 전용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시 정부 측 소송 대리인인 에드워드 퍼 변호사는 "이 조건이 곧 보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흔치 않은 경우이긴 하지만, 지자체들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프로젝트들의 실패로 인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이런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특히 소규모 지자체가 과도한 대출로 재원을 조달해 추진했던 프로젝트들이 경기침체로 인해 곤경에 처하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의 위험이 커진 상태다.

그동안 지자체들은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공신력에 타격을 받고 투자자들의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세금을 인상해서라도 채무를 상환하려 해왔다.

하지만 최근 채무상환을 포기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자체의 신인도를 믿고 안심했던 투자자들이 곤경에 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는 마치 주택시장에서 집값이 급격히 추락해 모기지 원리금보다 낮아지면 모기지 대출자들이 원리금 상환과 주택소유권을 포기해버리고 금융회사의 압류에 넘기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이 확산되자 신용평가업체들은 이런 지방채의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한편 애널리스트들에게도 부여한 등급이 정확한지를 재검토하도록 지시하는 등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무디스의 미국 지방정부 등급 담당인 로버트 커터 전무는 "재정난에 처한 취약한 정부가 취약한 기업과 연계해 사업을 벌이면 지방채 보유자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