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큰 골칫거리였던 양적완화의 규모가 최종 6000억 달러 규모로 발표됐다. 지난 1차 양적완화 때 매수했던 MBS의 리파이낸싱으로 돌아오는 원리금을 재투자할 경우 리파이낸싱 규모가 모기지 금리와 시장의 심리 상태를 반영해야 하므로 정확하게 추정할 수는 없겠지만 내년 6월까지 약 9000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가 진행될 것이다. 이로써 금융위기의 3단계 시나리오 가운데 마지막 과정이 시작됐다. 금융위기 1단계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달러화가 고갈되면서 더 많은 달러화를 공식적으로 발행했던 '충격과 공포'의 단계였다. 그리고 2단계는 '수습과 달러 공급'의 단계였다. 위험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표시채권 금리가 낮아졌고, 미국은 격주로 1,000억 달러 이상의 채권을 꾸준히 발행하는 한편 타프 자금과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 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미 국채는 좋은 가격대에서 매도됐을 뿐 아니라 신규 달러도 무한정 발행했다. 마지막은 '인플레이션 유도' 단계로, 지금까지 다량으로 발행된 채권의 실질적인 부채 가치를 낮추는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이다. 인플레이션이 유도되면 채무자들은 실질적인 채무를 탕감 받게 된다. 한편 미국 기업들의 보유 현금이 무려 1.8조 달러 규모로 사상 최대치에 도달한 이 시점에서 2차 양적완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본다. 실상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정부가 더블딥을 강조하다보니 투자를 못한 것 뿐이며, 은행들의 입장에서도 초과 지준이 1조 달러나 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남아도는 현금만 해도 2.8조 달러 정도인 이 상황에서 또다시 0.9조 달러 규모의 화폐를 시장에 유통시키려는 미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에 관하여 피터 쉬프 유로퍼시픽캐피탈 사장은 "재무부의 부채상환 능력 부족을 교묘히 위장하기 위해 추가 양적완화를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평했다.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을 조장함으로써 부채를 우선적으로 탕감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앞으로 시장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자산 포트에서는 실물 자산의 비중을 더욱 늘리고, 주식포트에서는 원화강세나 금리인상,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혜주를 관심 있게 살펴보는 혜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