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엔터테인먼트그룹인 멀린(Merlin)과 강원도는 북한강 내 중도와 춘천역 부근에 5500억원을 투자, 아시아권 첫 레고랜드(LEGOLAND)를 지을 계획이다. 강원도는 이를 위해 132만2000㎡에 달하는 중도 도유지와 춘천역 인근 근화동 일대 시유지를 100년간 멀린그룹에 무상임대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강원도는 춘천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높인 서울춘천고속도로를 앞세워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면 충분한 사업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중도 등 땅 무상대여

강원도, 땅 100년간 무상임대…英 멀린그룹 1000억원 투자
강원도와 멀린그룹은 레고랜드 건설만 전담할 특별목적회사(SPC)를 만들고 투자금 전액을 SPC에 출자키로 협의를 마쳤다. 개발사업에는 민간 업체로 삼성중공업 한국투자증권 등이 참여한다.

SPC에 넣을 자금은 현재 △멀린그룹 1000억원 △강원도 100억원 △전략적투자자(미정) 225억원 △삼성중공업 100억원 △한국투자증권 75억원 등으로 잠정 합의된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레고랜드 건설공사와 분양을 책임지고, 한국투자증권은 장단기 차입금을 은행대출이나 주식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는 금융파트너 역할을 맡는다. 강원도는 레고랜드가 들어서는 중도와 춘천역 일대를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하고 전기 통신 등 인프라시설을 갖추기로 했다.

총 사업비는 강원도가 무상임대하는 중도 및 근화동 땅값(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기준 850억원가량)을 더하면 약 6400억원으로 추산된다.

멀린그룹과 강원도가 합의 단계에 이른 개발 청사진에 따르면 중도 두 개의 섬 가운데 북쪽 상중도엔 15만2000㎡ 규모의 스파시설이 들어선다. 남쪽 섬인 하중도 113만7000㎡ 부지엔 레고공원,위락시설,아울렛,수상리조트,콘도,워터파크,호텔 등이 세워진다. 현재 배편으로 연결되는 하중도와 춘천역 인근 근화동은 다리로 연결된다. 근화동 일대 3만3000㎡ 부지에는 소매시설 구역이 조성된다.

강원도, 땅 100년간 무상임대…英 멀린그룹 1000억원 투자

◆춘천,아시아 관광명소로 거듭날까

멀린그룹과 강원도는 아시아에 없는 레고랜드를 자연경관이 뛰어난 춘천에 지어 인기가 높은 관광상품으로 만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으로 서울 및 수도권과 춘천이 가까워져 관광객 유치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남이섬 자라섬 등 인근 관광지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해외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시 레고랜드는 아쿠아리움과 워터파크 방문객을 빼고도 올해 방문객이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중도 레고랜드는 칼스배드 레고랜드(51만8000㎡)보다 2배 이상 넓은데다 섬을 통째로 개발하고 호텔 리조트 콘도 등을 함께 짓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사업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이광재 강원지사는 직무정지 해제 일주일 뒤인 지난 9월9일 멀린그룹의 존 제이콥슨 레고랜드파크 총괄사장과 존 어셔 개발담당 사장을 강원도로 초청,투자 조건을 협의했다. 지난달 18일엔 강원도 실무진 및 관계사 임원들과 함께 칼스배드시 레고랜드를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멀린그룹은 1999년 설립된 영국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레고를 비롯 전 세계 12개국에 62개 자회사와 6개 호텔 등을 갖고 있다. 작년 매출은 1조3922억원,영업이익은 3199억원이다.

춘천=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 레고랜드(LEGOLAND)

조립식 블록 레고를 컨셉트로 지어진 호텔,리조트,콘도,상업시설 등의 복합 테마파크다. 1968년 레고 본사가 있는 덴마크의 빌운트에 처음 등장한 이후 1996년 영국 윈저,199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2002년 독일 군츠부르크에서 문을 열었다. 미국 플로리다에선 개발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