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과 한낮의 일교차가 평균 13도,내륙산간 지역에는 16도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럴 땐 새벽에 운동을 나가거나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귀가하면 체온이 떨어지고 혈관이 수축된 상태에서 혈액순환마저 부진해져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10월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로 북반구에선 날씨가 쌀쌀해지며 연중 뇌졸중 위험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꼴로 자신의 일생 중 한번은 뇌졸중을 겪고 2초에 한 명씩 뇌졸중 환자가 발생,6초에 한 명씩 사망하고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뇌졸중은 한번 발생하면 대부분 심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장기간 성인병을 앓아오는 등 발병위험이 높은 사람은 사전에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등을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

뇌세포는 단 몇 분만 혈액공급이 끊겨도 손상을 입고 한번 죽으면 되살릴 수 없다. 그래서 발병 후 3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내 뇌졸중 환자가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경우는 20% 선에 그치고 있다. 다행히 최근 연구결과 베링거인겔하임의 '액티라제(성분명 알테플라제)' 등 정맥주사용 혈전용해제 't-PA(조직 플라스미노겐 활성제)'를 투여하면 뇌혈관이 막힌 후 4시간반 이내까지도 환자의 예후(치료결과)를 개선시킬 수 있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과거에는 성공적인 t-PA 투여비율이 전체 뇌졸중 환자의 2%였으나 최근엔 4~5% 선으로 올라갔다.

뇌졸중은 크게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로 나뉜다. 국내에선 전체 뇌졸중 환자 가운데 33%가 뇌출혈 환자다. 서구의 10% 선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뇌경색은 치료법의 종류도 많고 상대적으로 크게 발전한 반면 뇌출혈은 답보상태이고 그나마 예후도 좋지 않다. 뇌출혈 환자의 3분의 2 정도가 발병 후 6개월 이내에 사망하고 있다.

뇌경색은 혈전용해제 투여가 일반적이며 혈관이 70% 이상 좁아진 심각한 경우에는 스텐트 등을 이용한 중재술이 시행된다. 중재술은 환자의 허벅지에 3~4㎜가량의 작은 구멍을 내고 대퇴동맥으로 카테터(도관)를 뇌혈관까지 밀어올린 후 풍선으로 좁아진 혈관을 넓히고 그 공간에 형상기억합금으로 된 스텐트(탄성형 금속그물망)를 낙하산처럼 펼쳐 뇌혈관을 지탱하게 만든다. 그동안 심장혈관에 쓰던 스텐트를 쭉 써왔으나 올 3월부터는 국내 여러 대형병원에서 굴곡이 심하고 연약한 뇌혈관에 적합한 전용 스텐트를 도입하고 있다.

신용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뇌졸중센터 교수는 "국내 4개 병원에서 시행된 52건의 뇌혈관용 스텐트 시술 결과 96%가 시술에 성공했고 6개월 동안 1명에서만 재발했다"고 말했다.

뇌출혈이 발생하면 일단 환자가 안정되길 기다렸다가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머리를 열어 핏덩어리를 걷어내고 출혈 부위를 클립 등으로 묶는 지혈적인 방법을 쓴다. 전문의의 빠른 결단과 시술이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관건이다. 머릿속의 '시한폭탄'인 뇌동맥류는 뇌혈관 중 일부 약한 부위가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파열 시 뇌출혈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약 30%가 뇌출혈과 동시에 사망한다. 동맥류 파열 전이나 직후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요즘엔 머리를 직접 열어 수술하지 않고 꽈리내부를 백금 코일로 채워 피가 누출되지 못하게 하는 색전술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뇌동맥류 환자의 과반수가 코일색전술을 받고 있고 이 중 62%는 파열 전에,나머지 38%는 파열 직후에 시술받았다.

이 밖에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최신 치료법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고해상도 MRI '확산강조영상'을 이용하면 미세하게 죽은 혈관도 하얗게 나타나 발병 후 4시간반이 지난 환자들 중에 혈전용해술이 효과가 있을지를 선별할 수 있다. 룬드벡의 혈전용해제 '데스모테플라제'는 발병 후 최장 9시간 안에 투여해도 뇌졸중 후유증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심부(深部)온도를 낮추면 뇌의 혈류요구량이 감소하고 뇌대사와 염증이 완화되면서 뇌손상을 줄일 수 있어 저체온요법이 활용되고 있다. 환자를 알코올 솜으로 닦아주거나,찬 욕조에 담가두거나,피 자체를 차갑게 식혀 외부순환시키는 등의 방법을 쓴다. 배희준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교수는 "저체온법을 활용하면 중증 뇌졸중 환자의 혈관 재개통률이 2주 후에 70%,1년 후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며 "임상적 검증을 통과한다면 5년 후쯤 널리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뇌혈전을 갈아 배출하는 페넘브라(Penumbra),뇌혈전에 나선형 스크류 모양의 기구를 박은 후 체외로 끌어내리는 메르시 디바이스(Merci device)가 임상시험 중이다. 혈전을 분쇄 · 제거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시술 도중 연약한 인접 혈관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기온이 급강하하는 환절기 뇌졸중 예방수칙

1.새벽운동은 피한다. 뇌 · 심혈관질환,당뇨병,고혈압 등 지병이 있는 노인은 새벽 외출을 삼가야 한다. 새벽은 신경계가 막 깨어나는 시간이며 혈액순환이 가장 원활하지 않다.

2.햇볕이 있는 오후 시간대에 가벼운 산책이나 걷기 운동을 하는 게 좋다.

3.고혈압을 잘 관리한다. 혈압만 안정적으로 유지하면 뇌졸중의 35~40%,심근경색의 20~25%를 막을 수 있다.

4.보온에 신경 쓴다. 외출 시 얇은 옷을 여러벌 걸치고 모자를 챙긴다. 목도리나 스카프를 두르면 3~5도 체온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

5.물을 자주 마시고 따뜻한 한방차를 즐긴다. 한방차는 몸의 기운을 보호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머리를 맑게 하는 데 좋다.

6.싱겁게 먹고 육류나 인스턴트식품 등 기름진 음식을 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