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외 민주당도 100만弗 기부받아

미국 중간선거(총선)가 2주 앞으로 임박한 가운데 여당 민주당도 외국기업들과 연계된 정치활동위원회(PAC)들로부터 100만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PAC(political action committee)는 미국에서 자신들의 정치적.사회적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후보와 정책을 지지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단체를 말한다.

각종 PAC, 비영리법인, 직능조합은 세법 527조 규정에 의거한 세금혜택을 받기 때문에 `527 그룹'으로도 불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 민주당 수뇌부는 527 그룹이 모은 자금이 공화당 쪽에 편중지원되자 외국돈 유입 의혹을 제기하며 기부자를 공개할 것을 촉구해왔다.

중립적 선거자금감시 민간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은 올해 총선 기간에 PAC들로부터 약 102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자금은 미국내 외국기업 자회사(현지법인)의 피고용자들로부터 전액 기부됐다.

유력지 워싱턴 포스트(WP)는 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과 연관된 PAC들이 2009년 1천200만달러를 비롯해 지난 10년간 민주.공화 양당 후보들에게 거의 6천만달러를 기부해왔다고 전했다.

고액 기부 PAC들은 영국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아스트라제네카(두 회사 합쳐 110만달러), 벨기에의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앤호이저-부시 인베브(65만달러), 스위스의 금융서비스업체 크레디트 스위스 시큐리티즈 (35만달러) 등이다.

미국내 외국기업 자회사들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는 공화당을 선호했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에는 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WP는 분석했다.

외국기업이 미국의 정치선거운동에 직접 기부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PAC 등을 통한 기부는 합법화돼 있다.

데이브 레빈설 CRP 대변인은 의회전문지 `더 힐' 인터뷰에서 "이런 자금 자체가 외국돈은 아니지만 PAC들에는 외국기업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외국의 기업과 정부는 미 의회에 로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격만 당하고 있던 공화당 측은 외국기업 자회사 돈 수령은 `민주당의 위선'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백악관에 직격탄을 날렸다.

부시 전 대통령의 측근인 공화당 전략가 칼 로브가 설립한 정치단체 `아메리칸 크로스로즈(AC)'의 조너선 콜레지오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돈 유입으로 선거가 더럽혀지고 있다는 허위주장으로 연방대법원과 정적들을 비난했다.

그런 위선은 너무나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AC 이외에 재계 로비단체인 미국상공회의소(암참)와 AC 자매조직 크로스로즈 GPS도 백악관과 민주당쪽으로부터 비슷한 공격을 받아왔다.

ABC 방송이 국세청(IRS) 기록들을 자체 분석한 결과 암참과 같은 비영리단체는 2009 회계연도 기준으로 9만908개에 달하며, 전미총기협회(NRA)와 같은 비영리 사회복지단체는 13만7천276개에 이른다.

이들 단체는 세법상 비과세 혜택과 함께 주된 사업목적이 정치활동이 아닌 한 선거운동 등 정치적 활동도 할 수 있다.

또 기부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 단체는 외국돈 수령을 부인하며 해당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법은 받은 자금 중 외국돈을 분리해 정치적 지출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 지원단체들이 외국돈을 받아 정치광고에 투입하고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하면서도 엄격한 선거자금 공개 규정의 부재로 공화당 외곽단체들의 편법지원이 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외국기업 연계 PAC의 기부금과 크로스로즈 그룹 및 암참의 기부금의 차이는 전자가 엄격한 공개 규정의 제한을 받고, 후자는 받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욱이 민주당 의원들은 "매우 중요한 문제는 이들 단체가 어디로부터 돈을 모으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 곳은 미국의 일자리를 아웃소싱(제3자 위탁)하길 바라는 외국기업과 대형 석유회사 등일 수 있다"고 말했다.

10%에 육박하는 고실업률 원인의 일부를 외국기업 탓으로 돌린 것이다.

FEC 법률 부고문을 지낸 케네스 그로스 변호사(선거법 전문)는 "외국기업 연계 PAC들은 미 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다.

만일 어떤 후보가 외국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관해 입장을 갖고 있다면 그 후보에게 도움을 줄 권리가 있다.

법은 외국기업이 의회에 로비하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 것처럼 외국기업의 후보 지원을 막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국기업 연계 PAC 활동에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것은 없다는 의미다.

로브는 지난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2008년 대선 때 오바마를 지지하는 외곽단체들이 4억달러 가량 지출했으나 대부분 기부자들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런 활동이 민주당 단체들에 의해 행해졌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한 것처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남은 선거기간에 계속 외국자금 유입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여전히 광고비 지출 등 외국돈의 효과가 작용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17일 지원유세와 방송대담을 통해 공화당이 `비밀스런(secretive)' 이익단체들로부터 수백만달러를 받아 광고 등에 투입하고 있으며, 기부자를 공개하지 않는 데는 `수상한 구석(shady reason)'이 있다며 공개하고 해명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WP는 양당이 모두 PAC 기부금을 받았기 때문에 어느 당도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틴 프로스트 전 민주당하원선거위원회(DCCC) 위원장 등 일부 민주당 원로 전략가들도 이번 선거는 경제난과 고실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암참 등의 기부금 공격은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지난 1월 특정후보를 편드는 광고에 기업들이 돈을 쓰지 못하도록 한 법률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려 무제한의 익명 기부가 가능해지자 지난 6월 선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자금 출처 명시 등을 골자로 한 법안(Disclose Act)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으나 이 법안은 현재 공화당의 반대로 상원에 계류 중이다.

공화당은 민주당 법안이 정치적 경쟁자의 입을 틀어막는 등 헌법의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coo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