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텍(대표 김웅태)은 러닝머신 등 스포츠용품을 만들어 유럽과 미국에 수출해 연간 20억~3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 회사가 스포츠용품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남미시장 개척에 나선 때는 2006년.김웅태 대표는 빠듯한 자금사정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브라질 페루 등 중남미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4년 넘게 바이어를 찾아다니느라 항공료 숙박비 등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때 찾아간 곳이 인케(INKE ·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리마(페루)지부(의장 유시내).김 대표는 "혼자서 거래선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인케 문을 두드렸는데 뜻밖의 성과를 내게 돼 기뻤다"며 "벤처기업이 해외에 진출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인케 지부가 발벗고 나서 일을 해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인케 지부의 도움으로 수출 상담 6개월여 만인 지난 8월 페루 체육부가 발주한 헬스기구 240만달러어치를 수주했다. 그것도 미국의 세계적 헬스클럽 프랜차이즈 업체인 골드짐을 누르고 따낸 성과다. 유산소 운동기구,근육강화 운동기구 등 4종의 헬스기구를 내달 중 리마시내 고등학교 10곳에 설치한다. 이어 연말까지 20곳,내년에 50곳으로 늘린다. 김 대표는 "첫 남미시장 진출을 정부조달시장에서 이뤄냈는데 인케가 아니었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며 "내년에는 중남미 다른 나라로 수출시장을 넓혀 매출 5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케가 국내 중소 · 벤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수출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00년 발족한 인케는 초창기 현지 네트워크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렇다 할 수출 알선 실적을 내지 못했다. 거미줄망 조직을 형성한 2005년 첫 2000만달러 수출 알선을 시작으로 매년 실적을 불려가고 있다. 이듬해 1억달러를 돌파했고 2007년 1억9000만달러, 2008년 2억1000만달러,2009년 3억4000만달러의 실적을 달성했다. 홍병철 인케 회장은 "올 들어 해외지부 수가 늘어나면서 지난 9월까지 작년과 비슷한 3억2000만달러의 실적을 냈다"며 "올해는 4억달러를 거뜬히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올 들어 2건 1060만달러의 투자유치를 성공시키는 등 그동안 누계로 21건 2억4185만달러의 외국자본을 국내로 들여왔다.

싱가포르 지부(의장 김철수)는 반도체 클린룸 공사업체인 원방텍이 싱가포르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업체인 스태츠칩팩의 클린룸 공사를 500만달러에 일본 독일 등 경쟁업체를 제치고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왔다. 디트로이트 지부(의장 정재홍)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금창이 미국의 자동차 회사에 자동차용 필터 3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도록 지원했다. 또 이스탄불 지부(의장 김상진)는 친환경 블록업체인 루펜리가 현지 업체로부터 1000만달러를 투자받도록 알선했다.

특히 인케지부가 2007년부터 현지에 개설하기 시작한 '코리아 벤처 갤러리'는 상설 마케팅 공간으로 국내 중소 · 벤처기업들의 수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국내 121개 중소 · 벤처기업이 만든 우수 제품이 전시돼 있다. 지다(사우디아라비아),후쿠오카(일본),상파울루(브라질),호찌민(베트남) 등 4곳에서 올 들어서만 2000만달러가량의 계약실적을 올렸다. 이곳을 찾아오는 현지 바이어들이 늘어나면서 씨엘팜(필름형 구강청정제)과 서울벽지(친환경 벽지)는 브라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고 자콤인터내셔날은 셋톱박스 200만달러어치를 일본 브라더그룹 계열사인 XING에 수출했다. 홍 회장은 "인력 자금 등이 부족해 해외시장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 벤처기업을 위한 해외마케팅 전사로 인케가 그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