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괴한에게 납치됐다가 구조작전 도중 숨진 영국인 여성이 미군의 수류탄 폭발로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11일 밝혔다.

린단 노그로브(36)라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 여성은 아프간 재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미국 구호단체 DAI에 소속돼 지난달 26일 현지인 3명과 함께 2대의 차량을 타고 파키스탄 국경과 가까운 산악지역을 방문했다가 무장괴한에게 납치됐다.

영국 외교부는 그녀가 미군의 구조 작전 도중 납치범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공식 발표했고, 국제안보지원군(ISAF)도 "납치범 가운데 한 명이 폭탄이 설치된 조끼를 폭파시켜 그녀를 살해했다"고 지난 9일 밝혔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이날 관저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그녀의 죽음이 납치범들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미군 수류탄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는 새로운 내용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국제안보지원군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전화를 걸어와 그녀가 미군 수류탄이 터지는 바람에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왔다면서 영-미 합동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퍼트레이어스 사령관이 미군들이 구조작전의 결과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으며 당초 발표 내용이 부정확했던 것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고 덧붙였다.

캐머런 총리는 그러나 그녀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구조 작전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이번 구조 작전은 사전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에게 도 보고됐다.

노그로브는 페루에서 천연자원 보존과 빈곤 퇴치 활동에 참여했고 유엔 소속으로 아프간, 라오스에서도 일하는 등 광범위한 구호활동을 벌여왔다.

BBC는 "사건 초기 미국 언론들이 그녀가 납치범들의 손에 의해 숨졌다는 입장을 퍼트렸다"면서 "특히 미국 측이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 했을 의혹까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이어 "석방협상을 벌였던 아프간 부족 원로들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국제안보지원군이 개입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미군이 현지 경찰과 정보원들의 권고를 무시했다"고 아프간 정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제르미 브라운 영국 외교부 차관은 이에 대해 "구조작전에 관해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