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서발전은 지난 9월 말 미국에서 발전소 4기를 인수했다. 대상은 캘리포니아주와 뉴햄프셔주에 있는 바이오 매스(생물자원) 발전소와 뉴욕주에 있는 가스 및 디젤 발전소다. 인수 금액 3610만달러(약 420억원),총 발전용량 71㎿의 '스몰 딜(small deal)'이지만 국내 발전사 중 최초의 미국 발전 시장 진출이란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동서발전은 미국에서 30년간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총 16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형의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선진국의 발전소를 경영하면서 얻는 노하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인수는 동서발전이 그동안 추진해 온 글로벌 경영의 연장선이자 하이라이트다. 동서발전은 올 들어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화 상태의 국내 발전시장에 머물러서는 성장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발전시장에서 쌓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 도상국 시장에선 이미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베트남에서 초대형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따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600㎿ 규모의 화력발전소 4기를 2021년까지 짓고 25년간 발전소를 운영하는 내용이다.

발전소 건설 사업비만 45억달러에 달하고 발전소 건설 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판매금액까지 합하면 총 250억달러의 해외 매출이 기대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필리핀에선 206㎿ 규모의 풍력발전 사업,아이티에선 디젤발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칠레 수단 등에선 발전소 시운전 사업,마다가스카르에선 발전소 운전 용역에 뛰어들었고 호주에선 석탄개발 회사인 코카투 지분 투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서발전은 이 같은 글로벌 경영 추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내 '영어 공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사업이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는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취지다. 영어 강좌와 영어 발표 대회를 만들고 간부회의 자료와 사내 인트라넷을 영문으로 제작하는 등 영어 사용 확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회사 측은 2012년을 영어 공용화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은 "글로벌 경영을 하기 위해 꼭 큰 자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술력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집약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블루오션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