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인천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철수씨(41)는 근로소득과 부동산 임대소득 등으로 월 420만원을 벌고 있다. 같은 연령대에 비해 소득이 적은 편이 아닌데도 매달 수입 및 지출을 따져보면 항상 적자다. 김씨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재무설계 상담을 요청해왔다.

A.대한민국의 30~40대 중장년층은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세대다. 전 생애에 걸쳐 가장 높은 소득을 얻지만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지출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항상 부족하고 빠듯한 생활을 면치 못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김씨도 우리나라 30~40대의 이 같은 자화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김씨의 자산 상태와 현금흐름을 확인해 보자.자산 · 부채 상태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김씨의 총자산은 3억1630만원이다.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1억9630만원이다. 무리한 부동산 투자로 부채가 증가했다. 총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6.3%에 달한다. 무리한 부동산 투자도 문제였지만 금융자산이 약 630만원으로 가용 유동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월 420만원 벌어도 26만원 적자

현금 흐름을 보면 김씨 말대로 매달 적자가 발생했다. 소득은 근로소득과 오피스텔 임대소득 등으로 42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지출이 이보다 26만원 많아 매달 순자산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지출항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교육비를 포함한 소비성 지출이지만 실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월 136만원씩 지출하고 있는 부채 상환액과 보험료라고 판단했다.

2006년 고점을 찍었던 부동산시장은 최근 반등하고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좀처럼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김씨도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 보니 추가 투자여력이 거의 없다. 특히 교육비 등 돈 들어갈 데는 점점 늘어나는데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없으니 가정경제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조바심을 내다가 한탕식 투기의 유혹에 빠지거나 잘못된 포트폴리오를 선택해 가계가 순식간에 어려운 지경에 빠지기도 한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김씨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대해 대대적인 손질을 가했다.

◆오피스텔 팔고 유동성 확보해야

먼저 갖고 있던 오피스텔을 팔아 담보대출과 자동차 구입에 사용한 신용대출을 상환했다. 대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 유동성을 확보하는 구조로 변경했다. 지출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가족 회의를 통해 교육비와 생활비도 30만원 줄였다. 그만큼 현금흐름이 개선돼 그동안 정체돼 있던 자산을 조금씩 불려갈 수 있게 됐다.

물론 오피스텔을 처분하면서 임대소득은 40만원 줄었다. 하지만 부채를 상환함으로써 대출 상환액이 훨씬 크게 감소했다. 아울러 공실(空室)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돼 마음의 안정도 되찾을 수 있게 됐다.

◆재무 목표에 맞게 분산 투자

앞으로 넓은 주택형으로 전셋집을 넓혀갈 목적으로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유동자산에 4000만원을 투자했다. 2400만원은 김씨 성향에 맞는 펀드와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에 분산투자를 권유했다. 이를 통해 예금금리 이상의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달 80만원씩 자금을 배정,은퇴를 위한 연금상품과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노후 준비와 자녀 학자금 등의 재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부동산 불패신화 과감히 버려야

상담 과정에서 김씨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언젠가는 올라가겠지'라고 막연하게 믿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김씨의 눈을 멀게 한 것이다. 비단 김씨뿐만이 아니다. 굳이 집을 팔아야 하느냐는 시각을 바꾸는 것은 김씨를 비롯한 30~40대의 중년 가장들에게 힘든 일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순간부터 몸의 건강처럼 우리 가계의 건강도 약해지고 속으로 곪아가기 시작한다. 오래된 나쁜 습관과 인식을 바꾸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 처방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대출 비중은 자산의 20% 이내로

30~40대 자산 포트폴리오 재배분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대출 비중은 가급적 최소화해야 한다. 적정한 대출을 통한 투자는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도한 대출은 역(逆)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오히려 자산이 잠식당하는 경우를 초래할 수 있다. 대출 비중이 전체 자산의 20%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현금은 월소득의 3~6배 확보해야

30~40대는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므로 예비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의 확보가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이직으로 인한 소득의 일시적 중단이나 축소 또는 건강상 문제로 인한 병원비 발생,가족들의 경조사 등과 같이 갑작스럽게 목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기혼 가정은 본인 소득의 300~600% 정도의 비상금을 미리 확보해 두지 않으면 이 같은 상황에서 자산 포트폴리오가 쉽게 흔들리게 된다.

◆안정자산과 투자자산 간 적정 비율은 50 대 50

예비 자금이 마련되고 일정 정도의 금융자산이 형성되면 안정자산과 투자자산의 비중을 나눠 자산의 증식을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 20대라면 투자자산 비중을 높여 좀 더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 있지만 30~40대는 균형을 잡아 50 대 50이나 60 대 40 정도로 가져가는 게 낫다. 투자자산은 주식이나 채권 같은 직접투자보다는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상품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은퇴,교육비 등 중장기 목표 준비해야

30~40대는 당장 눈앞에 닥친 대출 상환이나 자동차 구입,주택 확장 등 단기 재무 목표들에 치중하다보니 은퇴 후 생활비나 자녀 대학 등록금 등과 같은 중장기 재무 목표를 간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중장기 목표를 30~40대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50~60대에도 어렵고 힘든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먼 미래의 인생계획도 구체적인 플랜과 함께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보장성 보험 재점검해야

상담을 하다 보면 지인을 통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각종 보험을 잔뜩 가입해 불필요한 보험료를 많이 지출하는 사례를 수두룩하게 보게 된다. 나이가 더 들어 신규 보험 가입이 어려워지기 전에 현재 갖고 있는 보장성 보험을 전문가와 함께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게 좋다.

특히 40대 이후 암이나 뇌혈관 심장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 같은 점검은 거의 필수다. 60세 이상이 돼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즐겨야 할 때 큰병이 나서 준비해 놨던 연금이나 노후자산을 병원비로 모두 소진해 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이때 보험 재설계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대학 졸업 후 결혼과 동시에 직장과 가족들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30~40대에게 잠깐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도 필요하다.

이수원 포도재무설계 상담사 2isone@podof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