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상당기간 내사 통해 구체적 혐의 확인"

범정부적인 `친서민 드라이브'에 맞춰 국세청도 민생침해사범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국세청은 29일부터 서민들을 상대로 불법.편법 행위로 폭리를 올리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민생 관련 고소득 자영업자 등 103명에 대해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불법 고리대부업자, 고액 입시학원 및 입시컨설팅업체, 유통질서 왜곡 대형 농.수산물 유통업체, 폭리 장례 및 결혼 관련 업체, 부유층 부녀자 상대 고급미용실, 고급 산후조리원, 수수료 과다징수 대리운전알선업자, 불량식품가공판매업자, 아파트 보수 전문업체 등이다.

물론 국세청이 이들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세청은 그동안 납세와 관련, `어항속 물고기' 신세인 봉급생활자와 `커튼 속 괴물'에 비유돼온 자영업자와의 세부담 불균형을 반드시 고치겠다고 역설해왔다.

실제로 세금 탈루혐의가 짙은 고소득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를 위해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하고 각 지방청에 숨은세원 양성화 전담분석.조사팀을 설치해 이를 토대로 주기적 혹은 수시로 세무조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그 대상이 서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는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의 `친서민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전체 조사대상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이용하는 불법 고리대부업자(30여명)와 사교육과 관련된 학원 관련자(2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0개 분야에 걸쳐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그 대상이 103명 밖에 되지 않는 데 대해 일각에선 국세청이 정부의 친서민정책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정도의 세무조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는 `양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답했다.

광범위한 대상에 대해 조자룡이 헌칼 휘두르듯 마구잡이 세무조사를 벌였다가 피라미 몇 마리 잡는 용두사미식 조사가 아니라 구체 혐의를 토대로 `서지컬 스트라이크(Surgical Strike.정밀타격)'를 통해 `탈세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국세청 김연근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대상은 상당기간 내사를 통해 구체적인 탈세 혐의를 확인한 대상들"이라며 세무조사를 통한 탈세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국세청에 따르면 불법 고리대부업자의 경우 법정 이자 상한을 초과하는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 친.인척, 종업원, 제3자 명의의 차명계좌로 이자를 송금받는 방법 등을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포착됐다.

조사대상이 된 학원 사업자는 고액수강료와 함께 학습교재를 끼워파는 등의 방법으로 고소득을 올리면서 현금결제를 유도해 소득 신고를 누락한혐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국내 대표적인 입시컨설팅업체의 경우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편승해 1회 100만원 이상에 달하는 고액의 컨설팅 수수료를 차명계좌로 송금받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의혹을 사고 있다.

연예인양성 전문학원들도 연예인을 선망하는 청소년의 심리를 이용해 고액의 수강료를 받고 제대로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잡았다고 국세청은 귀띔했다.

일부 농.수산물 유통업체들의 경우엔 유통질서를 왜곡해 서민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폭리를 취한 혐의로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또 저가의 수입산 장례용품 등을 과장광고해 고가로 판매, 서민에게 부담을 주면서 수입금액을 차명계좌로 관리해온 혐의가 드러난 장례식장, 상조회사 및 묘지임대사업자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결혼관련업체는 고액의 성혼수수료를 징수하면서 인건비 등을 높게 계상하거나 웨딩사진.드레스 등을 제공한 대가를 현금결제하면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다.

조사대상에 포함된 고급 미용실의 경우 부유층 부녀자나 연예인들로부터 고가의 요금을 받고도 신용카드 결제 및 현금영수증 발급을 기피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다.

또 일부 산후조리원은 고가의 산후조리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현금영수증 발급을 기피, 탈세해온 혐의가 포착돼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대리운전알선업체의 경우 알선 수수료를 과다하게 받거나 통신용 PDA단말기를 고가로 판매해 생계형 대리운전자들에게 부담을 주면서 수수료를 차명계좌에 숨겨 신고를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파트 보수전문업체도 공사대금을 부풀려 입주민에게 부담을 주거나 공사원가를 과다계상해 세금을 탈루한 의혹을 사고 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은 또 민생침해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이번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친서민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