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미납 연체료 등 감안할 때 ‘임대전환’도 방법
전세수요 많고 전세가격도 뛰어 여건은 좋은 편


지난 2007년 말쯤에는 아파트 분양이 마구 쏟아졌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밀어내기 식으로 나온 물량들이었다. 분양조건도 좋아서 계약률도 아주 높은 편이었다.

그 때 분양된 아파트들이 올해 대거 입주되고 있다. 올해 아파트 입주물량은 전국적으로 32만1,000세대에 달한다. 내년 입주 예상물량 12만여 세대에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문제는 입주 때가 됐는데 분양받은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 가려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빚어지는 양상이다.

이럴 때는 어떤 결정을 하는 게 좋을 까. 입주 마케팅 전문회사인 인엑스파이니스 관계자는 “변화된 시장 상황에 맞춰야 한다”며 “분양 받은 아파트나 팔려고 하는 아파트를 임대 놓은 게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조건 처분만 고집?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 가운데 절반쯤은 투자자로 꼽힌다. 입주를 앞두고 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란 의미다. 분양권을 되파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는 게 마케팅 회사들의 분석이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차익은커녕 웃돈을 주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계약금 포기도 감수해야 할 정도가 됐다.

거래가 끊기다 시피 한 상황에서 매매만 고집하다간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입주지정기간이 지난 이후에는 잔금에 대한 연체료(연 11~17%)를 내야하고 중도금 이자부담도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임대전환이다. 일단 임대를 놓은 후 2년 정도 지난 다음 시장상황을 지켜보는 방법이다. 최근 들어 전세수요가 많은데다 전세가가 뛰고 있기 때문에 상황도 괜찮은 편이다.

일부 건설회사들은 임차인 유치를 위해 관리비 지원을 해주고 입주 마케팅 회사들은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와 협력해 임차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집도 임대 고려해 볼만
입주를 목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안 팔려 잔금을 치루기 어려운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급매물 위주의 거래만 간혹 이뤄지는 현재의 시장상황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거래활성화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럴 때도 기존 집을 임대 놓는 방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입주 마케팅 회사들은 조언한다. 기존 집이 매매되지 않는다고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치르지 않았을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 예상보다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계약자마다 자금융통 등의 사정이 다를 수 있지만 분양받은 아파트나 기존집의 임대전환을 하나의 대안으로 가져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안의 기준은 변화된 시장상황에 맞는 투자행동이라는 것이다.

한경닷컴 김호영 기자 en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