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에서 대표팀을 결승에 끌어올린 최덕주(50) 감독은 밑바닥부터 국제무대까지 풍부한 경력의 지도자다.

중앙대를 나와 한일은행-포항제철을 거친 최덕주 감독은 부드럽고 온화한 외모처럼 딸 같은 여자 선수들을 다독이며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FIFA 주관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뤄냈다.

최덕주 감독은 주로 일본에서 지낸 시간이 많은 지도자지만 유럽과 남미 축구도 경험하며 두루 안목을 넓혀왔다.

1986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1년간 유학 생활을 했고 1987년에는 일본으로 진출해 마쓰시타 전기에서 2년간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 고등학교, 대학, 성인 팀을 두루 거치며 지도자 경험을 쌓은 최덕주 감독은 2006년 12월부터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전임지도자가 됐다.

또 2007년 1월부터 약 반년 간 브라질 명문 클럽 팔메이라스에서 브라질 축구와 훈련 방법, 클럽 시스템 및 운영에 대해 공부를 했으며 지난해 4월 16세 이하 여자대표팀을 맡아 지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16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최덕주 감독은 당시 결승에서 북한을 4-0으로 완파했고 준결승에서는 일본을 1-0으로 물리쳤다.

이미 그때 대표팀을 세계 정상급으로 조련해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최덕주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부드러움'을 빼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

평소 선수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웬만해선 보기 어렵고 어떨 때는 '축구 감독 맞나' 싶을만큼 인자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최덕주 감독의 지도 철학은 대한축구협회 기술 보고서인 'KFA 리포트' 2008년 8월호에 최 감독이 쓴 칼럼을 보면 잘 나와있다.

'여전히 한국 유소년 축구에서는 욕설이나 체벌이 존재한다.

경기 도중에도 감독이 소리를 지르면 깜짝 놀라며 부동자세로 선다.

축구를 생각하고 상대와 우리 팀의 상황을 생각하고 우리 팀의 콤비네이션이나 움직임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기에 바쁘다'
또 성인 대표팀으로 가기 위한 단계인 유소년 단계에서 거쳐야 하는 과정에 대한 신념도 확고하다.

최덕주 감독은 같은 칼럼에서 '유소년 연령대에서는 축구에 흥미를 느끼면서 재미있게 공을 차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즐거움보다 승리가 우선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 연령대에 맞는 기본기와 개인기를 착실하게 다지기보다는 승리를 위한 임기응변에 강한 선수들로 성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에서 득점왕에 도전하는 여민지(17.함안대산고)의 성공적인 부활이나 대표팀이 처음 소집됐을 때 많은 공격수를 수비수로 전환하는 작업 역시 최덕주 감독의 인내와 기다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민지는 알려진 대로 2008년 무릎전방십자인대를 크게 다쳐 재기가 불투명했으나 최덕주 감독은 빠른 복귀를 다그치기보다 이번 대회 첫 경기였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에서도 여민지를 교체 투입하는 등 심리적인 여유를 갖게 해줌으로써 이번 대회에서 100% 이상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이끌었다.

또 지난해 23명의 대표 선수를 선발할 때 최덕주 감독은 선수들의 기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우선 소속팀에서 공을 잘 다루는 공격수 위주로 뽑은 뒤 수비에도 소질이 있는 선수들을 수비로 돌리는 모험을 단행했다.

이 역시 선수들을 윽박지르거나 해서는 될 일이 아니었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새 포지션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지도력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