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업고 오자와派 배제..분란 가능성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당정의 요직에서 오자와 그룹을 배제하고 탈(脫) 오자와 색깔을 강화했다.

간 총리는 17일 단행할 당정 개편에서 민주당의 얼굴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을 기용하는 한편 내각의 2인자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은 유임시키기로 했다.

또 요직인 외상에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을 발탁하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유임시키기로 했다.

당정의 노른자위를 반(反) 오자와 그룹이 독식했다.

당초 당 안팎에서는 거당태세(당의 총단합) 구축을 위해 당 대표 경선에서 패배한 오자와 전 간사장 측에 어느 정도 '자리'를 배려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완전히 빗나갔다.

센고쿠 관방장관을 비롯해 마에하라 외무상 내정자, 노다 재무상, 오카다 간사장 내정자 등은 모두 반(反) 오자와 기치아래 힘을 모아 지난 6월초와 최근 당 대표 경선에서 간 총리를 옹립한 공신들이다.

당 간사장의 경우 오자와 그룹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의 후임에 중립적인 인사를 배치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간 총리는 오카다를 선택했다.

이에 그치지않는다.

간 총리는 오카다 간사장을 보좌할 간사장 대리에 오자와 그룹인 호소노 고지(細野豪志)를 내보내고 에다노를 다시 기용하는 한편 국회대책위원장도 오자와파인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의원 대신 자신을 지지한 하치로 요시오(鉢呂吉雄) 중의원 후생노동위원장을 배치했다.

내각에서도 오자와 전 간사장을 지지한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총무상의 사표를 수리하고 측근인 가타야마 요시히로(片山善博) 게이오대 교수를 발탁했다.

간 총리가 이처럼 탈(脫) 오자와를 강화하면서 철저한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은 국민과 당원의 여론에 부응한 것이다.

간 총리가 오자와 전 간사장과의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내각과 민주당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당 대표 경선직후 실시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내각지지율이 57%,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는 71%까지 상승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의 요직 기용에 대해서는 60% 이상이 반대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간 총리가 탈 오자와 색깔을 더욱 선명히 한 것이다.

'이중권력'과 정치자금 문제를 혐오하는 여론에 편승해 오자와 고사 작전에 나섰다고 할수 있다.

이에대해 오자와 그룹은 간 총리가 약속했던 '거당태세'가 이런 것이냐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간 총리가 오자와 그룹을 배제할 경우 국정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당 소속 국회의원의 절반인 200명이 오자와 전 간사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간 총리는 거당태세를 연출하기 위해 오자와 전 간사장과 그의 측근인 고시이시 아즈마(輿石東) 민주당 참의원 의원회장에게 실권이 없는 당 대표대행을 제의했으나 둘 다 고사했다.

하지만 오자와 그룹은 당분간 '행동'을 자제하면서 추이를 관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워낙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않기 때문이다.

다음달엔 정치자금 의혹과 관련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한 강제기소 여부를 결정할 검찰심사회도 예정돼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간 정부가 당정운영에 틈을 보이거나 참의원의 여소야대를 극복하지못해 예산안편성과 법안처리 등에 차질을 빚어 지지율이 추락할 경우 공격의 날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갈등이 더 깊어질 경우 국회에서 야당과 손을 잡고 간 내각을 무너뜨리거나 아예 당을 박차고 나가 새살림을 꾸릴 가능성도 없지않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