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핵심 관련자 모두 채택해야" vs 한 "신중해야"
천안함 생존장병, 이인규 전 중수부장 등 출석 관심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내달 4일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증인채택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본격화됐다.

특히 올해에는 천안함 사건과 민간인 불법사찰, 고위공직자들의 자녀 특채 의혹, 4대강 사업 등 여야간 쟁점이 줄을 잇고 있어 어느 때보다 국감증인 선정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각 상임위에서 핵심 관련자를 대거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증인 채택에 무리가 많다"(김무성 원내대표)는 입장이어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천안함 생존자, 그레그 전 美대사 국회 나올까 = 국방위와 외통위에서는 지난 3월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이 최대 이슈다.

오는 12일 합동조사단의 천안함 보고서가 나오지만, 야당은 여전히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증인채택 여부를 놓고 충돌이 점쳐진다.

야당 국방위원들은 천안함 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장병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최근 천안함의 사고 가능성을 언급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를 증인으로 신청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한나라당 국방위 간사인 김동성 의원은 "소속 의원들과 상의한 뒤 결정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최근 `국산 명품무기' 부실 논란에 대해 방위산업체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외통위에서도 그레그 전 대사가 국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지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여야 간사협의를 통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신빙성 없는 얘기를 한 그레그 전 대사에게 일단 진술서 내용을 받아본 뒤 참고인 출석 요구를 검토키로 했다"고 말했다.

◇총리실 불법사찰..이상득.박영준 채택 논란일 듯 = 민주당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으로 불거진 이른바 `영포게이트' 사건과 신한금융지주의 내분 사태, KB금융 경영진 선임 문제 등에 대해 거물급 인사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지만 한나라당의 반대 기류가 강해 진통이 예상된다.

우선 `영포 게이트' 문제에 대해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와 구속기소된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 선진국민연대 출신의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 등의 증인 채택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 총리실 국무차장 출신의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의 증인 채택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 내분 사태와 관련해선 금융실명제 위반 의혹이 불거진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등, KB금융 인사 문제를 놓고는 어윤대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 등의 증인 채택을 각각 추진 중이다.

이밖에도 포스코 인사 과정의 여권 실세 개입설 등과 관련, 정준양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해서도 증인 채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차명계좌' 논란..이인규 증인채택 주목 = 법사위는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의 증인채택 여부가 관심을 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존재는 틀린 말도, 맞는 말도 아니다'고 말해 차명계좌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이 전 중수부장에 대한 증인 신청에 이론이 없는 상태이고,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도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중수부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된다고 본다"고 공감했다. 다만 당 지도부도 이에 공감할 지가 변수다.

민주당은 또 남상태 대우해양조선 사장의 연임에 이재오 특임장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남 사장의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행안위에서도 조현오 경찰청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노무현 차명계좌' 논란이 최대 쟁점이다. 민주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인규 전 중수부장을 증인으로 국회에 불러내겠다는 입장이다.

◇4대강 사업.."감사위원 나와라" = 국토위에서는 감사원이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점에 대해 감사 담당자인 은진수 감사위원의 증인 신청이 민주당에 의해 검토되고 있다.

야당은 은 감사위원이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경선캠프 법률지원단장을 지냈던 점 때문에 감사결과 발표가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농식품위의 경우, 야당은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을 불러 피해상황에 대한 증언을 듣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위에서는 사학비리로 학내 분규를 겪어온 상지대에 최근 사학비리로 물러났던 상지대 옛 재단측 인사가 정이사로 선임된 데 대해 야당이 이우근 사학분쟁위원장과 안병만 전 교과부 장관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 문방위원들은 권력기관의 MBC 인사개입 의혹을 촉발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현 정부 들어 해임됐다가 법원으로부터 해임취소 판결을 받은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도 기획재정위에서는 이현동 국세청장 내정자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야당이 검토 중이다.

이들 증인채택 요구에 대해 한나라당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거나,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편 외통위는 지난 10일 `2010 국정감사 계획서'를 채택하면서 자녀들의 특채 의혹과 관련, 유례없이 유명환.유종하.홍순영 등 전 외교장관 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도 자녀의 외교부 특채시 청탁 의혹 때문에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송수경 기자 quintet@yna.co.kr south@yna.co.kr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