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저예산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흥행 이변을 일으켰다.지난 2일 30개 스크린으로 출발했지만 관객이 몰려 10일부터 스크린 수를 100개로 늘렸다.관객 수도 1주일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독립영화로 흥행에 대성공한 ‘워낭소리’와 ‘똥파리’의 대를 이을 지 주목된다.

신인 장철수 감독이 연출하고 서영희,지성원이 주연한 이 영화는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긴장감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래간만에 본 힘 있는 영화”(yaaah),“근래 줄줄이 나온 복수극 중 가장 짜릿한 쾌감을 준다”(300sl),“진정한 악마는 우리 내면에 있다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영화”(zeromaya),“극단적이고 잔혹하긴 하지만 우리에게 제대로 똑똑히 들려주고 있다”(mellongkr) 등의 소감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이 영화는 작은 섬에서 일어난 엽기적 연쇄살인의 내막을 담았다.오랜 도시생활에 지친 해원(지성원)이 휴가차 외딴 섬으로 떠나 어린 시절 친구 복남을 만난다.섬 생활에 익숙해진 해원은 복남이 끔찍하게 산다는 것을 알게 된다.남편과 시동생에게 매일 학대받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를 외면한다.복남은 해원에게 어린 딸을 생지옥에서 구출해달라고 부탁하지만 거절당한다.해원은 도시생활에서 방어적인 삶에 익숙해진 여인이다.그녀는 관객들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희망을 잃어버린 복남에게 남은 일은 피비린내 나는 파국뿐이다.

이 영화로 장편에 데뷔한 장철수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영화 속 살기와 기괴한 분위기는 스승의 영향을 떠올리게 한다.그러나 보다 세련되고 대중적이란 평가다.멜로드라마,스릴러,범죄,공포,에로티시즘 등 이질적인 요소들을 매끄럽게 혼합했기 때문이다.

흥행 영화 ‘추격자’에서 연쇄살인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희생자 역할로 주목받았던 서영희는 순박하면서도 광기 어린 복남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올해 부천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이 작품은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섹션 황금카메라상 후보에도 올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