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총리가 될 생각인가" "총리가 되면 재판을 받을 건가" "어떤 정책을 펼 건가"

일본 정계의 배후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전 간사장이 당 대표 경선을 통해 정치의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뒤 일본인들의 눈길이 온통 그에게 쏠리고 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3일 오전 민영방송인 TV 아사히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자신의 정치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강제 기소 결정이 내려질 경우 "당당히 (기소를) 받아들여 결백을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총리가 됐을 경우를 전제한 답변이다.

일본 헌법 75조는 '국무대신은 재임 중 내각총리대신의 동의가 없으면 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총리가 되면 지난 4월 한차례 '기소 상당' 의견을 낸 검찰심사회가 조만간 두번째로 같은 의견을 내놓더라도 재판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됐지만 이를 부인한 것이다.

일본에선 일반 시민으로 이뤄진 검찰심사회가 두차례 기소 의결을 하면 오자와 전 간사장처럼 검찰에서 불기소 결정을 받아도 강제 기소된다.

2일 열린 일본기자클럽의 토론회에선 각 언론사 논설위원으로 이뤄진 패널이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외면한 채 오자와 전 간사장에게 질문을 퍼붓는 장면도 연출됐다.

한 패널은 "진짜로 총리가 될 생각이냐"고 묻기도 했다.

1989년 만 47세 때 자민당 간사장을 맡은 이래 막후 실력자로 군림해온 오자와 전 간사장이 사실상 총리직으로 연결되는 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자 일각에서 "당 대표만 맡고 총리는 다른 야당 대표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정계개편을 꾀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제기됐기 때문.
이에 대해 오자와 전 간사장은 경선 후 정계개편을 꾀할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당 대표-총리 분리론'은 "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다른 패널은 만 68세인 오자와 전 간사장의 나이를 거론하며 "(총리직을 수행하기에) 건강은 괜찮으냐"고 물었다.

이밖에도 그가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재검토론이나 무이자 국채를 발행해 복지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밝힐 때마다 현직 각료와 전문가들이 잇따라 찬반 의견을 밝히는 등 일본 정치가 온통 '오자와 총리 탄생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문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반면 간 총리는 새로운 정책 구상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보다는 "현직 총리로서 업무를 게을리할 수 없다"며 공무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어필하는 한편,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치자금 의혹을 비판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지지 여론이 주로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한 반감과 연결돼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