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미국 CEWIT 등 세계적 연구소들과 협업을 통해 웅진을 녹색산업의 글로벌 강자로 키워낼 겁니다. "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오명 전 건국대 총장(사진)이 1일 웅진그룹의 녹색산업을 총괄하는 태양광에너지 부문 회장에 취임했다. 오 회장은 웅진그룹 내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 등 에너지 · 녹색산업 부문 계열사를 총괄하면서 웅진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 역할도 겸한다.

그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웅진에너지가 생산하는 잉곳과 웨이퍼,웅진폴리실리콘이 생산하는 폴리실리콘 외에 녹색산업 영역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특히 유기박막 태양전지를 비롯한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 회장은 한국의 대표적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답게 녹색산업과 정보기술(IT)과의 접목을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환경 분야 경험이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도 제기하지만 최근 녹색산업 트렌드는 차세대 태양전지와 스마트그리드 등 IT와의 연계를 통해 변화 발전하고 있는 만큼 전문지식 못지않게 전반적인 기술 흐름을 짚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교육계와 관료 등을 거쳤지만 이제야 비로소 전공 분야로 돌아온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풍부한 과학기술 분야 인맥을 활용해 국내외 주요 연구소,대학 등과의 제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미 독일의 세계적 태양광 연구소인 프라운 호퍼,뉴욕주립대 기술융합연구소(CEWIT) 등과 웅진의 차세대 녹색산업 진출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으며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조레스 알페로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부원장으로부터 기술 제휴 제안을 받았다. 모두 오 회장이 과학기술부 장관,건국대 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쌓아온 인맥이다.

오 회장은 "녹색산업 분야 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 대학들에 문호를 개방해 공동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오 회장은 1963년 육군사관학교,196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각각 졸업했다. 30여년의 공직 생활 동안 체신부 장관,교통부 장관,과학기술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전국 자동전화 사업,4메가 D램 반도체 개발,인터넷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등을 주도했다.

학계와 언론계에도 몸담아 동아일보 회장,아주대 총장,건국대 총장을 지냈다. 웅진의 오 회장 영입은 윤석금 회장과 오 회장과의 두터운 친분도 작용했다. 윤 회장은 신규 사업 진출 때마다 오 회장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자신의 멘토(정신적 스승)로 삼아왔다.

오 회장에 앞서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이 STX그룹 에너지 · 중공업 회장으로,한준호 전 중소기업청장이 한국전력 사장을 거쳐 삼천리 부회장으로,김균섭 전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이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을 거쳐 신성홀딩스 사장으로 영입됐다.

오 회장은 "과거에는 로비나 자금 유치 등을 위해 기술관료들을 영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이들을 현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게 아니냐"고 해석했다.

고경봉/장창민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