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내각이 집시 추방 정책을 둘러싸고 삐걱거리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민자 범죄를 줄이기 위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동구권 출신 집시 추방 정책에 대해 좌파와 중도 성향의 일부 장관들이 반기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집시 추방 정책은 이미 유엔 기관과 국제인권단체를 넘어 프랑스 가톨릭계와 로마 교황청까지 가세해 인종차별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는 프랑스 최대의 현안으로, 정치권에선 이 정책이 밖으로는 이민자 범죄 차단이라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지만 사르코지 정부가 하락할 대로 하락한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프랑스 내각에서 이 정책에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각료는 중도파인 '신(新)중도당'의 당수 에르베 모랭 국방장관.

그동안 사르코지 대통령의 치안정책에 우려를 표명해온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당 연찬회 연설을 통해 대선 출마 가능성을 밝히면서 "증오심을 불러일으키고, 또 희생양을 찾아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이민 및 치안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범죄와 이민자를 한 묶음으로 보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자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도 지난달 30일 프랑스 RTR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가혹한 정책에 반대한다"며 한 때 장관직 사퇴도 고려했음을 털어놨다.

사회당 출신으로 있다가 2007년 사르코지의 대통령 당선 직후 개방형 인사정책에 따라 내각에 등용된 쿠슈네르 장관은 "가슴을 졸였다.

집시들과 25년간 일해왔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으나 일단 사퇴는 도피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장관직 수행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또 알제리 이민 2세 출신인 파델라 아마라 도시정책담당 국무장관도 자신은 항상 "국외추방"에 맞서 투쟁해왔다고 말하면서 집시들을 집단 추방하는 현 정책과 이민자가 범죄할 경우 국적을 박탈을 추진하겠다는 강경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 3명의 장관이 사르코지의 정책에 반대하고 있지만 일단 물러나지는 않고 온건책을 요구하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곧 이들의 거취가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대선 재출마를 향해 가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이 될 개각을 10월에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계의 비난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론을 등에 업고 집시 추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좌파 각료들을 안고 갈지, 아니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질할지 주목된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