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애인 한영애와 함께 도피..코민테른 접촉

김정일 북한 국방 위원장이 29일 방문한 헤이룽장(黑龍江)성 성도 하얼빈(哈爾濱)은 고(故) 김일성 주석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김 주석은 동맹휴학을 주도, 반일죄로 8개월 징역살이를 한후 1930년 첫 애인 한영애와 함께 하얼빈으로 도주한다.

김 주석은 지린(吉林)시 위원(毓文)중학교를 다니던 당시 동맹휴학을 주도, 1929년 가을에 반일 혐의로 중국 군벌에게 체포돼 8개월 옥살이를 했다.

김 주석은 동지이자 첫 애인인 한영애와 신혼부부로 위장, 하얼빈에 있는 코민테른(국제공산당)을 찾아 은신의 도움을 얻는다.

김 주석은 당분간 어려운 생활을 하며 옛 소련의 동방대학에서 연수하라는 코민테른의 제의를 물리치고 지린동부지역 공산청년동맹 제1서기로 임명돼 지린으로 되돌아온다.

한영애는 이때 하얼빈에 남아 청년조직을 위해 하얼빈에서 공작하라는 지시에 따라 김 주석과 헤어진후 평생 서로 다시 만나지 못했다.

김 주석은 이후 둔화(敦化) 산간지역에서 조선항일유격대를 만들어 항일 투쟁에 나선다.

김 주석은 한때 하얼빈을 빨치산 운동을 펼칠 거점으로 생각했었다고 김일성 회고록에 적혀있다.

김 주석은 특히 위원중학 당시 만든 조선공산주의 혁명동맹의 동지였던 김혁이 하얼빈에서 빨치산 운동을 벌이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1930년 사형을 당하자 하얼빈에 한달간 머물면서 김혁 체포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직접 조직활동에 참가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김 주석은 김혁이 사망한 후에도 혁명 1세대의 표상으로 치켜세워왔다.

하얼빈은 또 김 주석이 항일운동을 위해 1936년 결성된 동북항일연군(聯軍)에 투신하면서 깊은 우정을 맺은 천레이(陳雷) 전 헤이룽장성 성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동북항일연군 참전자 가운데 김 주석과 천 전 성장은 유달리 각별한 교분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주석은 생전인 1964년 중국 방문 당시 하얼빈을 찾아 김혁의 혁명 유적지를 둘러보면서 천 전 성장을 방문, 해후를 나누기도 했다.

천 전 성장은 김 주석의 아들 김 위원장을 친자식처럼 여기며 각별히 아꼈고 김 위원장 역시 그를 친아버지처럼 깎듯이 대하며 따랐다.

2002년 천 전 성장이 병석에 눕자 선양 북한총영사관 총영사를 보내 위문하고 유화를 선물했으며 이후 해마다 새해가 되면 선물을 보내면서 챙겼다.

천 전 성장이 2006년 89세를 일기로 사망하자 친히 조문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했으며 하얼빈에서 치러진 장례식에는 선양 총영사 등 3명의 북한 측 인사를 보내 조문토록 했다.

따라서 하얼빈은 김 주석뿐 아니라 김 위원장에게도 남다른 감회에 젖게 하는 '혁명 성지'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하얼빈을 방문한 것은 김 주석의 발자취를 더듬고 천 전 성장과의 추억을 회상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선양연합뉴스) 조성대 박종국 특파원 p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