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 사실상 확인, 호텔직원에 함구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여장을 푼 창춘(長春)시 난후(南湖)호텔에 머물렀다고 호텔 관계자가 29일 밝혔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를 꺼려한 이 호텔 관계자는 북.중 양국 지도부가 모두 빠져 나간 다음날인 29일 호텔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후진타오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모두 호텔에 머물렀다"면서 "양국 정상이 만나 북중 양국의 공통 관심사와 천안함 이후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등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증언으로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도된 북중 정상회담의 개최가 사실상 확인된 셈이다.

이 관계자는 "김정일 위원장은 별도의 별장식 건물 중 6동에 묵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9동 등 별도의 건물에 묵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후호텔은 양국 정상이 떠나간 후인 29일 대외적으로는 봉쇄가 풀렸지만 큰 손님을 치른 뒤 마무리 정리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손님 접대를 위해 대형 카핏이 놓여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본관 정문 앞에는 비막이용 대형 천막이 놓여져 있었고 양국 정상이 함께 관람한 공연에서 연주됐을 것으로 보이는 피아노도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렵게 후 주석의 방문 사실을 털어놓은 이 관계자 외에는 함구령이 내려진 탓인지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정일 위원장을 봤다는 증언은 고사하고 호텔의 직원은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들 "잘 모른다", "확실하지 않다", "보지 못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27~28일 모두 출근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오늘 갑자기 출근했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답했지만 기자의 취재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눈빛이어서 상부에서 보안을 철저히 유지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음을 짐작하게 했다.

후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묵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9호동을 비롯해 7호동 등에는 공안들이 떠나지 않고 분주하게 정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호텔은 창춘시의 최고급 호텔로 꼽히는 이곳은 5성급으로, 베이징의 댜오위타이(釣魚臺)에 해당하는 지린성의 영빈관이다.

입구의 분위기 역시 한적한 댜오위타이 국빈관과 흡사했다.

1958년 지린(吉林)성의 국빈관으로 문을 연 이 호텔은 고(故) 김일성 주석이 창춘을 방문할 때마다 묵었고 지난 40여 년 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국의 당.정 지도자들의 숙소로 애용됐다.

김 위원장이 투숙한 것으로 알려진 총통(프레지던트)실은 하루 숙박비가 우리 돈 200여만원으로 추정되며 부친인 김일성 주석도 이 객실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면적 86만㎡에 건축면적만 14만㎡인 이 호텔은 숲 속에 둘러싸여 있어 '도심 속의 산림호텔'로 불리며 대회의실, 대접견실과 일반객실이 있는 본관과 1동부터 13~14동까지 있는 별도의 별장동으로 나눠져 있다.

(창춘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