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2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그 아들 김정은의 돌연한 중국 방문은 중국으로부터 후계자를 승인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르 피가로는 이날 "김정일과 그 아들의 의문의 중국 방문"이라는 제목의 베이징발 기사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4개월 만에 중국을 또다시 방문, 여러 나라 정부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면서 "이는 북한의 국내 정치상황이나 외교전략에서 중대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중대 변화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가설은 작년부터 평양에서 이뤄지고 있는 후계 문제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한 후, 김정은이 이번 중국 방문단에 포함돼 있다는 한국 언론보도를 인용해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의 후계자가 예상보다 빨리 공식적인 승인을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르 피가로는 그 이유로 북한이 "새로운 지도자 동지를 선출하기 위해" 40년 만에 유례없이 9월 초 특별 인민대회를 소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김정일의 `어린 왕자(petit prince)'가 처음으로 그간의 은둔에서 나와 공산당의 공식적인 제 2인자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는 베이징인민대학 북한전문가인 스인홍 교수의 말을 전했다.

북한으로서는 또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중국으로부터 긴급한 대규모 경제원조를 얻어내는 한편 2주 전 북서지방을 강타한 홍수 피해를 지원받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르 피가로는 중국이 작년부터 북핵관련 6자회담 재개를 조건으로 대규모 대북 경제원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다시 외교력을 다시 발휘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신문은 한국도 천안함 사건과 북핵문제를 분리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북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대화의 문을 열어 놓았다면서 "김 위원장이 북핵 협상 테이블 복귀 의사를 밝히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수도 있어 긍정적인 징후가 보인다"는 중국 랴오닝 사회과학아카데미 류차오 교수의 언급을 전했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 일행이 한밤중에 북한 만포 국경초소를 통해 중국 지린을 전격 방문함으로써 다시 한 번 "비밀리에 행동하는 예술을 뽐냈다"면서 김정은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