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틀째인 27일 북.중 양국의 함구로 김 위원장의 행적이 일체 베일에 가려지면서 갖은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5월 방중에서는 공개를 작심한 듯 언론 노출에 적극적이었으나 이번에는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것.

방중 첫째 날인 26일에는 김 위원장이 실제로 왔는지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특별열차 편으로 지린(吉林)에 도착한 인물이 김 위원장이 아닌 또 다른 북한의 실세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몸이 불편한 부친을 대신해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이 조부인 고(故) 김일성 주석의 모교와 항일유적지인 베이산(北山)공원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같은 날 밤에는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의전차량들이 일제히 투숙장소인 지린 시내의 우쑹(霧淞)호텔을 빠져나갔다가 약 50분 만에 되돌아 왔다.

이 때문에 당시 북한에 머물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김 위원장만 몰래 귀국길에 오르고 의전차량만 되돌아온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왔다.

그러나 둘째 날에 김 위원장이 지린에서 창춘(長春)으로 이동해 현지시간으로 오전 10시30분부터 칩거한 채 나오지 않고 중국 수뇌부와 '오찬후 정상회담'을 했을 관측이 제기되면서 김 위원장 부재설은 쑥 들어갔다.

또 일본의 NHK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지린시 우쑹호텔에서 나와 창춘으로 향하는 일행 중에 김 위원장으로 보이는 인물을 화면에 잡아 보도해 김 위원장의 방중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에는 북.중 정상회담의 개최 시기와 관련해 여러 추론이 돌았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방중 첫날 베이산공원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베이산 공원에서 후 주석을 목격했다는 주장과 함께 김일성 주석의 모교인 위원(毓文)중학교를 방문했을 때 후 주석이 안내를 맡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마침 후 주석이 근래 며칠 새 동북 3성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는 점도 이런 추론에 힘을 실었다.

지린 시민들 사이에서는 후 주석이 26일 지린으로 건너와 김정일 위원장과 만났다는 소문이 크게 돌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외교 소식통들은 외교 및 의전 관례상 후진타오 주석이 지린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며 창춘에서 김 위원장과 후 주석 간의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됐을 것이라는 데 큰 무게를 두고 있다.

김 위원장과 차기 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의 면담 여부를 놓고도 각종 설이 불거졌다.

일본 도쿄신문이 26일 시진핑 부주석이 베이징(北京)에서 지린으로 가 김 위원장을 영접했다고 보도했으나 중국 관영언론매체들은 시 부주석이 같은 날 오후 우루과이 부통령을 면담한 일정이 있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창춘에서는 시 부주석이 전날 밤 창춘에 도착해 이날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란 소문이 돌았으나 아직 공식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한 현지 신문 기자는 "시 정부 쪽으로부터 들었다"면서 후진타오 주석과 시진핑 부주석이 창춘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이 아니라 권력 서열 2~3위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창춘에서 그를 만났을 것이란 추론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설과 관련, 지난 5월 방중 시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모두 김 위원장과 만났다는 관례에 비춰 복수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그와 면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난후호텔로 들어간 의전차량이 밤 10시 현재까지 전혀 나오지 않고 있어 그간의 관례와 달리 이 호텔에서 양국 지도부가 함께 숙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향후 동선에 대해서도 각종 설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의주-단둥 노선이 아닌 지안(集安)루트를 통해 처음으로 방중, 결국 동선이 지린과 창춘으로 확인됐지만 처음에는 첫 행선지와 목적지를 놓고도 각종 설이 분분했었다.

이런 가운데 향후 행선지는 철로 사정을 감안할 때 창춘-쓰핑(四平)-선양-단둥-신의주 노선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방중 루트인 지린-지안 노선으로 되돌아가거나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두만강) 개방 선도구' 사업 시찰차 옌지(延吉).투먼(圖們)을 들렀다 귀국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창춘.지린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