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이명박 정부 집권 반환점을 맞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로 상징되는 10년간의 진보정권에서 이른바 '신보수 정권'으로 교체됐으나 초창기부터 촛불시위 등으로 적지 않은 시련을 겪었다. 집권 첫해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했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이념,세대,계층 간 갈등이 더 심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집권 후반기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며 국정 좌표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말기,측근 부패 경계해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과 관련,전문가들은 반대 목소리에 귀를 크게 열어 소통할 것을 주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집권 전반기엔 시민사회를 통치의 대상 또는 대립관계로 인식했으며 정치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보였는데,이렇게 되면 사회적 갈등을 제도권 내에서 풀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고 청와대와 시민사회단체가 바로 부딪친다"며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레임덕을 막기 위해 차기 대선을 관리하려 든다면 오히려 큰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며 "공정한 대선 관리 의지를 확실히 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형기 서울대 교수도 "차기 대선 후보는 경쟁을 통해 결정해야지 경선 전에 누구를 낙점하는 형태가 되면 민주주의가 뒷걸음질치고 두고 두고 잡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하반기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선 대국민,여야와 소통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집권 말기에 항상 나타나는 측근의 부패 가능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장우선 경제정책 돼야

이승훈 서울대 교수는 "서민을 살리기 위해서는 친시장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집권 초기에는 친기업을,집권 중반기부터는 친서민을 강조하고 있는데 두 가지 모두 시장경제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요하지도 않은 일자리를 창출해 서민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정책은 부작용이 많다"며 "이럴 바에야 복지를 확충하는 방식으로 서민의 생계를 도와주는 게 옳다"고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새로운 분배정책을 만들지 않고 현재 있는 제도를 잘 이행하고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복지예산의 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복지예산의 '동맥경화'를 없애주기만 해도 서민들의 체감복지는 크게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윤 교수는 또 "이명박 정부는 성장의 기치를 내걸고 집권했는데 그동안 전공을 살리지 못했다"면서 "금융위기 등 주변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성장보다 분배에 치중해왔다는 느낌도 있는데 앞으로는 경제정책의 포인트를 성장에 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친서민 정책을 펴면서 강자와 약자 간의 편가르기 양상을 보이는 것도 치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집권 하반기에는 교육개혁과 함께 비포퓰리즘 복지정책을 개발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성과에 연연해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에 부담을 주거나 잠재 성장력을 갉아먹는 복지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형기 교수는 "기업들을 압박해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꾸리고 서민들을 위해 재정을 푸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쌀 지원 등 적극 활용,돌파구 삼아야

고유환 동국대 교수와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글로벌 외교와 남북관계가 함께 가는 모멘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하되 북핵 해결이라는 글로벌 이슈 또한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장기적 관점에서 쌀 지원 등 인도적 방법을 적극 활용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천안함 사태 이후 소원해진 한 · 중 관계를 전략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율 교수는 통일세 문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차분한 준비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영식/장진모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