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세계 최정상 중국이 빠진 안방 대회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광저우 아시안게임 메달 전망과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겨냥한 세대교체에 희망의 싹을 틔웠다.

한국은 15일 막을 내린 2010 한국 마사회컵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남녀 단ㆍ복식 4개 종목 중 김경아(대한항공)-박미영(삼성생명) 콤비가 출전한 여자복식에서만 금메달을 따냈다.

여자 단식에서는 단 한명도 4강에 들지 못했고 주세혁이 남자 단식에서, 유승민-이정우 조가 복식에서 각각 준우승을 해 개최국의 체면을 지켰다.

겉보기로는 왕하오 등 중국세에 밀려 김경아-박미영조의 여자 복식만 우승했던 지난해 대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속을 챙긴 부분이 적지 않다.

중국이 빠지긴 했지만 세계 랭킹 2위인 티모 볼(독일)과 블라디미르 삼소노프(벨로루시.7위)를 비롯해 `한국 킬러'로 통하는 여자부 펑티안웨이(싱가포르.세계 2위) 등 톱랭커가 상당수 출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톱랭커 주세혁(삼성생명.10위)이 세계랭킹 2위 티모 볼(독일)을 4-1로 제압한 남자 단식 준결승전은 아시안게임 메달 전망을 밝히기에 충분한 명승부였다.

최근 세계랭킹도 11위에서 한 계단 끌어올린 주세혁은 결승에서 삼소노프에 덜미를 잡혀 은메달을 따긴 했지만 대회 내내 `수비 달인' 답게 신기에 가까운 커트 수비와 드라이브 반격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여자부에서도 김경아-박미영 조가 지난 대회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여자 복식 타이틀을 거머쥐며 아시안게임 우승을 향한 여정에 청신호를 밝혔다.

김경아-박미영조는 지난해 국제탁구연맹(ITTF) 프로투어 복식 2관왕(코리아.영국오픈)과 아시아선수권대회 복식 준우승, 요코하마 세계선수권대회 복식 3위 등 상승세를 탔지만 올해 들어서는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코리아오픈에서 다시 호흡을 맞춘 이들은 중국 프로리그에서 뛰는 김경아가 뒤늦게 합류해 연습이 부족한 상황이었지만 수년간 다져진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올해 첫 우승을 달성, 아시안게임 메달 레이스에 기분 좋게 시동을 걸었다.

5년 만에 급하게 조를 이뤄 출전한 `펜홀더 듀오' 유승민(삼성생명)-이정우(농심삼다수) 조도 충분한 연습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에도 준우승에 올라 건재함을 알렸다.

다만 여자 단식에서는 한국 선수가 4강에 단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맏언니로 최근 중국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김경아(세계 4위)가 16강에서 이번 대회 우승자인 션양페이(스페인.세계 53위)에 일격을 당했고 박미영(13위)은 8강에서 리쟈웨이(싱가포르.28위)에 덜미를 잡혔다.

그나마 기대주 서효원(한국마사회.세계 79위)이 여자 단식 32강에서 세계랭킹 11위 우지아두(독일)를 꺾는 `테이블 반란'으로 성장을 알려 위안거리가 됐다.

2년 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탁구를 책임질 유망주들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은 21세 이하 부문에서 조선족 출신 17세 `천재 소녀' 강미순(대우증권.세계 78위)과 남자부 세대교체의 선봉 정영식(18.대우증권)이 나란히 남녀 단식 우승을 차지, 한국 탁구의 미래에 희망을 심었다.

여자 단식에도 출전한 강미순은 32강에서 리쟈웨이에 패해 탈락하긴 했지만 21세 이하 경기에서는 싱가포르의 기대주 위멍위(세계 17위)를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올해 초 카타르오픈 U-21 단식 우승과 쿠웨이트오픈 U-21 단식 준우승으로 상승세를 탄 정영식도 이번 대회 남자 단식에서 주세혁, 오상은 등 선배들과 함께 10대 선수 중 유일하게 8강에 이름을 올려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인천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