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금리 인하,재정 지출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경기 부양책을 소진한 가운데 학계와 전문가들이 백가쟁명 식으로 비전통적인 2차 부양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의 안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은행 설립,사회보장세 도입을 통한 저소득층 감세,주택담보대출(모기지) 인수 기준 완화 등을 담았다.

현지시간으로 11일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통화정책 방향을 발표한다. 구체적인 추가 부양 조치가 발표되지 않더라도 경기 상황을 평가하는 FOMC의 표현 강도와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추가 부양 조치를 쓸 수 있다고 지난달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라 타이슨 UC버클리 교수,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 장관,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프레데릭 미시킨 컬럼비아대 교수,모건스탠리 등이 2차 부양안을 제시했다고 8일 보도했다. 이들 중 3명은 백악관과 내각,1명은 FRB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전문가들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타이슨 교수는 연방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미국 건설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장기 투자 프로그램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해온 국가 인프라 투자은행을 설립하자는 안을 내놨다.

이 은행은 정부가 일부 자본을 대고 자체 채권을 발행하거나 민간기업들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인프라 투자를 할 수 있다. 두 가지 방안은 간접적으로나마 정부 부채를 증가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라이시는 독특한 증세를 주장했다. 그는 연소득이 25만달러를 넘는 고소득자들에게 사회보장세를 새로 물리고 이 재원으로 일반 근로자들의 첫 소득 2만달러분에 한해 면세해주자고 제안했다. 면세로 그만큼 쓸 수 있는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갚아야 할 빚이 많은 저소득층이 소득 증가분을 빚 상환에 쓸 가능성도 많아 효과가 의문시된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정부가 중소은행을 적극 지원해 대출을 늘릴 것을 주문했다. 레이건 정부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그는 중소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재무부의 민관공동투자펀드(PPIP)에 매각하고,이런 매각에 따른 손실을 상각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주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RB 이사를 지낸 미시킨 교수는 행정부와 의회가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신뢰성 높은 장기 방안을 마련하면 FRB가 경기 악화시 국채 등을 추가로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적자를 대폭 축소하려면 사회보장 지출을 줄여야 하는 정치적인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모건스탠리는 정부 관리를 받고 있는 모기지 전문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모기지 인수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반면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맡았던 로버트 루빈은 "추가 부양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반대했다. 2차 부양은 국민들에게 불확실성을 높이고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탓에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말까지 확실한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폴 오닐은 "기업이 수요 부진을 우려해 인력과 설비를 확충하지 않고 있지만 미 경제는 점진적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부가가치세 도입과 같은 세제 전반의 개혁을 통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만 조언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