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후 이명박 대통령은 정운찬 총리의 교체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당초의 방침은 유임 쪽에 무게가 실렸다. 한번 신임을 준 사람을 잘 바꾸지 않는 인사 스타일도 작용했지만 적당한 후임을 찾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 총리가 여러 번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수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 총리가 뜻을 굽히지 않자 이 대통령도 결국 물러서면서 지난달 말부터 개각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정 총리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청와대는 총리 후임자에 대한 물색 작업을 꾸준히 했다. 6~7배수로 검토하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와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김진선 전 강원지사 등 3배수 정도로 압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초 '40대 총리론'이 거론될 때부터 김 내정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5일까지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김 내정자를 최종 낙점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과 김 내정자는 특별히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제2대 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맡았을 때 경남지사이던 김 내정자와 자주 만나면서 나라를 이끌 재목감으로 눈여겨봤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휴가 직후 김 내정자를 만나 총리직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발표 직전 직접 김 내정자와 조찬을 함께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친서민 소통의 문제,미래의 문제에 좀 역동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인선 과정에서 김 내정자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여 그동안 거론되던 '박연차 리스트'관련 건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의 특임장관 기용은 7일 결정됐다. 일각에서는 7 · 28 재 · 보선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 이 장관 내정자가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찬을 가진 자리에서 이 문제가 협의된 게 아니냐는 설도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최근 논의됐고,이 때문에 이 내정자의 측근들조차 이 같은 사실을 8일에야 알았다. 이 대통령은 이 내정자가 7 · 28 재 · 보선 과정에서 당의 도움 없이 '나홀로' 선거운동을 통해 친서민 행보를 한 것이 국정운영 기조에 부합한다면서 호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친박근혜계 유정복 의원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기용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역을 맡아온 친박계의 핵심 중 핵심이다. 유 내정자의 발탁은 박 전 대표와 화합을 모색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청와대 정무팀이 적극 나섰다. 유 내정자는 고사했으나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개각의 취지를 설명하며 여러 차례 간곡하게 설득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