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 2일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 동부지방법원에선 송파구 잠실동의 갤러리아팰리스 전용 244㎡가 경매 물건으로 나왔다. 이 아파트는 감정가가 55억원으로 아파트로서는 사상 최고액 경매물건이었다. 그러나 세 차례 유찰되면서 이날 경매 시작가는 28억1000만원으로 감정가의 '반값'이었다. 그나마 입찰 경쟁이 붙으면서 시작가보다 3억4000만원 많은 31억5500만원에 낙찰됐다.

#2.지난달 26일 서울시 도봉구 도봉2동 북부지방법원에선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두산아파트 59㎡가 주인을 기다렸다. 감정가는 2억7000만원이었으나 이 아파트 역시 두 차례 유찰되면서 이날 경매 시작가는 1억7280만원에 불과했다. 경매가 시작되자 15명이 몰려 2억2770만원에 팔렸다. 바로 전 유찰가인 2억1600만원보다 높은 금액이었다.

올 하반기 경매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집값 등 부동산 가격이 내년 초나 돼야 바닥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매시장에선 위 사례처럼 가격하락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더 악화되진 않고 있다는 얘기다. 몇 차례 유찰된 뒤,가격경쟁력이 생긴 물건들에 응찰자들이 몰리는 장면들은 경매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징표라는 설명이다.

경매 전문가들도 올 하반기 경매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두 번 이상 유찰되며 시장가격보다 크게 하락한 가격의 물건들 위주로 선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투자 가이드가 나오고 있다.
[법원 경매 투자] 실수요자는 두번이상 유찰된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접근을
◆경매시장,하반기엔 호전될 듯

최근 경매시장 상황은 숫자만 놓고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모습과 닮았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수도권 경매시장의 총 응찰자 수는 1년 전보다 30%나 급감했다.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수도권 경매법정에 입찰표를 제출한 응찰자 수는 5만7554명이었지만 작년 같은 기간엔 8만1585명이나 됐다.

경매 물건 대비 낙찰 물건 비율을 뜻하는 낙찰률도 높을 리 없다. 올 들어 월별 평균 낙찰률은 줄곧 30%대에 머물고 있다. 2월이 37.4%로 가장 높았고,5월은 32%로 가장 낮았다. 지난달엔 33.9%였다. 10개의 경매물건이 나오면 3개 정도만 낙찰이 된다는 얘기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하반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상황이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6월부터 응찰자,즉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올 들어 지속된 경매시장 한파가 경매물건을 차곡차곡 쌓이게 했고 경매시작가격을 떨어뜨려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하반기 경매법정에 투자자들이 북적거릴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번 유찰된 물건에 관심을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엔 여러번 유찰된 경매 물건을 눈여겨 보라고 권고하고 있다. 특히 경매를 이용해 저렴하게 내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은 유찰된 아파트 중에서도 중소형 아파트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은현 미래시야 이사는 "유찰이 빈번한 아파트 경매 물건은 중대형 면적의 고가 아파트가 많다"며 "이는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인데 여러번 유찰됐다고 해서 철저한 분석없이 이 같은 물건을 잡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인기가 시들해진 고가 주택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관심이 있더라도 감정가의 60%대 이하 낮은 가격에 낙찰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번 유찰된 물건 중에서도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택시장 침체로 '풍선효과'를 보고 있는 오피스텔 등은 월세와 같이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다 경기 회복세의 긍정적 영향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경기가 호전되면 오피스텔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상반기 수도권 업무 · 상업시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월 51.9%에서 6월엔 61%로 올라섰다. 80%대에서 60%대로 하락한 주택과는 완전 딴판이다. 고정융 굿옥션 경매정보업체 조사 분석팀장은 "임대수익률이 좋은 고시원도 경매시장에 물건은 많지 않지만 한번 나오면 감정가를 넘겨 낙찰됐고 역세권 상가나 새로 상권이 형성되는 경우에도 경쟁률이 높았다"고 전했다.

정충진 변호사(경매전문)는 "경매가 유찰되더라도 이후 경매는 최초 감정가가 대부분 그대로 적혀있다"며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추세에 있을 땐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을 수 있으니 이러한 착시현상을 조심하고 경매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