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낙찰물건 2건 중 1건은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 하락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기대되는 2회 이상 유찰물건에만 투자자들이 몰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어 실수요자들에겐 호기가 될 수 있다.

8일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낙찰된 수도권 아파트 640건 가운데 50.4%인 323건이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었다. 6월의 48.8%보다 1.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3월(25.7%)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낙찰물건 가운데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는 의미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치던 작년 1월에는 67.9%까지 치솟았다.

4월까지만 해도 낙찰물건 중 2회 이상 유찰물건이 차지하는 비율은 1월 28%,2월 26.6%,3월 25.7%,4월 27.1%로 30% 안쪽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5월부터 집값 하락폭이 커지고 하락세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투자자들도 2회 이상 유찰물건으로 대거 몰렸다. 5월과 6월 각각 37.5%,48.8%를 기록하며 두 달 만에 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경기지역이 389건 중 218건이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으로 56%를 차지하며 가장 높았다. 서울은 174건 중 93건(53.4%)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지난달 2회 이상 유찰된 수도권 아파트의 입찰경쟁률은 7.21명으로 지난 6월 6.91명보다 0.3명 늘어났다. 4월 이후 3달 연속 증가세다.

감정가의 절반으로 떨어진 물건도 수두룩하다. 지난 2일 낙찰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는 감정가가 55억원이었지만 3회 유찰되면서 최저가가 28억1600만원까지 내려갔다. 결국 31억5000만원에 새주인을 찾게 됐다. 같은 날 낙찰된 신천동의 주상복합아파트 역시 최초 감정가는 20억원이었지만 3회 유찰을 거쳐 10억2400만원으로 최저가가 낮아졌다. 최종 낙찰가는 15억원이었다.

1회 유찰에 20%씩 최저가가 낮아지면 2회 유찰될 경우 감정가의 64% 수준이 된다. 30%씩 낮아지는 지역에선 2회 유찰되면 49%로 거의 반값이 된다. 오는 30일 입찰을 앞둔 서울 암사동의 한 아파트는 감정가가 11억원으로 매겨졌지만 3회 유찰되면서 현재 최저가는 5억6320만원이다. 9억5000만원으로 감정을 받은 경기 일산의 한 주거용 오피스텔은 4회 유찰돼 최저가가 3억8912만원으로 절반 이하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