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마두동에 살고 있는 김모씨(42 · 자영업)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3년 전 집을 넓혀 가려고 분양받은 고양 식사지구 아파트가 화근이다. 입주가 다음 달로 다가왔지만 잔금과 중도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속만 태운다.

김씨가 살고 있는 마두동 전용면적 101㎡ 아파트의 호가는 4억8000만~5억7000만원.2007년 새 아파트 청약 때보다 1억2000만원 이상 떨어졌지만 팔리지 않아 중도금은커녕 이자도 감당하기 어렵다. 식사지구 전용 196㎡는 8억7000만원에 분양받았지만 5000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들어가 살려면 중도금과 잔금(계약금 10% 제외한 7억8300만원)을 한꺼번에 내든지,이자(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 5%대 적용,연 3900여만원)를 부담해야 한다.

김씨는 입주 예정자들과 공동으로 시공사 측에 잔금을 2년 유예해주지 않으면 입주를 포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주택 경기 침체로 기존 주택은 팔리지 않고 새 아파트는 분양가를 밑돌아 입주를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건설업체들이 2007년 무더기 밀어내기 분양을 한 고분양가 아파트 입주가 하반기에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입주 포기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정보 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하반기 전국 입주 물량은 16만3092채로 상반기보다 12.9% 증가했다. 여기에 주택가격 하락과 맞물려 단지마다 입주 포기나 입주 거부 등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체의 57.5%인 9만3806채의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는 "돈이 없어 입주를 못하겠으니 분양계약을 해지해 달라"는 계약자와 "계약대로 잔금을 납부하라"는 건설사 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고양 식사,파주 운정 등에서 1만5000여채의 '입주 폭탄'이 대기 중인 일산신도시는 사정이 가장 나쁘다.

입주 포기가 늘어나면 시행사는 물론 건설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경기 침체 지속으로 입주 포기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어 경기 회복과 기업 구조조정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