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를 맛있게만 만들면 팔리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앞으로 식품기업은 단순한 음식 생산 및 판매에서 벗어나 예술적 감성까지 담아 고객에게 감동과 행복을 줘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

크라운-해태제과가 최근 재오픈한 '피카소의 큐비즘 세모나라 네모세상' 체험전을 총괄 기획한 조덕원 Art-CRM 실장(50)은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제과산업은 일종의 굴뚝산업이자 사양산업,노동집약적 산업"이라며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크라운-해태제과는 고객이 능동적으로 예술활동에 참여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AQ(Artistic Quotient · 예술가적 지수)체험 경영을 통한 아트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트마케팅은 과자나 포장박스 등에 유명 화가의 그림이나 디자인을 적용하고,고객에게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피카소전은 6개의 체험관으로 구성돼 있어요. 어린이들이 과자를 활용해 콜라주 작품을 직접 만들면서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고 미적 감성도 높일 수 있지요. "

이 회사는 윤영달 회장이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한 뒤 아트마케팅에 나섰다. 점차 효과가 나타나자 200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영에 접목했다. 비스킷 쿠크다스의 경우 과자 표면에 초콜릿으로 S자 무늬를 그려넣어 생동감을 높였고 포장 박스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인 '해바라기' 작품을 인쇄했다. 이를 통해 월 매출이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어났다고 조 실장은 설명했다. '오예스'에는 심명보 작가의 '백만송이 장미'를,떠먹는 아이스크림의 겉표면에는 엘리자베스 루이 비제 르브룅의 '딸과 함께 있는 자회상' 작품이 실려 있다.

조 실장은 제과업계에서 '아트마케팅 대중화의 전도사'로 불린다. 1987년 해태제과에 입사해 마케팅 분야에서만 10여년간 근무했으며 현재 아트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그동안 스낵 구운양파와 과자 신당동떡볶이(월 매출 30억원),홈런볼(월 매출 50억원) 등을 기획,히트시켰다.

이 회사는 2009년 국내 업계 처음으로 아트마케팅의 체계화를 위해 온 ·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아트블록(www.art-block.co.kr)' 서비스를 구축했다. 그는 "제품 구입 시 2D바코드가 인쇄된 스티커를 활용해 쌓은 누적 포인트로 다양한 고객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연간 150여개의 아트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퓨전국악공연인 창신제,닥종이 흙 헝겊 등을 활용한 인형공모전,피카소체험전 등이 그것이다.



이 회사는 아트마케팅을 본격 시행한 결과,지난해부터 연간 매출이 평균 10%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조 실장은 "2008년 피카소 체험전을 처음 열었을 때 체험장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포장지 등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면서 매우 좋아하는 모습을 봤다"며 "이때 아트마케팅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