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16곳을 포함한 대기업 65개사가 워크아웃이나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이들 회사에 금융권이 빌려준 돈(신용공여액)은 총 1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 국민 신한 산업 하나은행과 농협 등 6개 채권은행들은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1985개 대기업들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결과 총 65개 대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38개사가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대상인 C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27개사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 없이 경영정상화를 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하는 D등급을 받았다.

시공능력 300위권의 건설사 중에서는 벽산건설(26위 · 지난해 기준) 신동아건설(31위) 남광토건(38위) 한일건설(39위) 중앙건설(59위) 등 50위권 5개사를 비롯 제일건설 한라주택 성우종합건설 청구 등 9개사가 C등급을 받았다.

D등급에는 상장사인 성지건설과 풍성주택 금광기업 금광건업 남진건설 진성토건 대선건설 등 7개사가 뽑혔다.

이 밖에 조선사 중에는 2개사가 D등급을 받았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당초 원활한 구조조정과 기업의 대외영업 활동을 고려해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나 시장의 혼선이 커지자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는 방식으로 비공식적으로 명단을 확인해줬다.

채권단은 C등급 업체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통해 조기 정상화를 추진하고 D등급은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했다.

일시적인 유동성 애로를 겪고 있는 건설사(B등급)에 대해서는 대주단 협약 운영기한을 8월까지 연장해 금융권 채무 상환을 최대 2년간 유예해주기로 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협력업체들 중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업체에 대해선 중소기업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신속지원 프로그램)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금융권 충당금 적립액이 3조원 수준으로 금융회사들의 건전성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약 0.2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채권은행들은 기업구조조정이 단기적으로 은행 수익성 등에 부담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엄정하게 신용위험을 평가했다"며 "협력업체 부담 등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내달부터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심기/정재형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