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몰린 미국을 살린 건 '늘 푸른 소나무' 랜던 도너번(28.LA 갤럭시)이었다.

23일(한국시간) 미국과 알제리의 2010 남아공월드컵 C조 리그 최종전이 열린 프리토리아 로푸투스 페르스펠트 스타디움.
양팀은 90분 내내 치고박는 공방전을 벌였으나 득점 없이 0-0으로 맞서 있었다.

주어진 추가 시간은 4분. 두 팀이 비긴다면 잉글랜드에 패하고도 슬로베니아가 어부지리를 얻어 16강에 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16강을 위해 꼭 승리가 필요했던 미국과 알제리 선수들은 막판 젖먹던 힘을 다해 총력전을 펼쳤다.

추가시간 1분이 지날 무렵 도너번이 잽싸게 움직였다.

골키퍼 팀 하워드(에버턴)으로부터 공을 받은 뒤 미드필드부터 공을 몰고 가 알제리의 오른쪽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조지 알티도르(헐시티)에게 볼을 밀어주고 문전 중앙을 향해 달려간 도너번은 알티도르의 땅볼 크로스를 상대 골키퍼가 쳐내며 혼전을 일으킨 사이 비호같이 쇄도하며 오른발로 강하게 차 넣었다.

수많은 찬스를 놓친 미국이 마침내 종료 직전 결승골을 뽑아낸 순간이었다.

'해결사' 도너번이 이번 대회에서만 두 번째로 팀을 구하고 2002 한일월드컵 이후 8년 만에 팀을 16강에 올려 놓았다.

도너번은 지난 18일 슬로베니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0-2로 끌려가던 후반 초반 오른쪽 문전 바로 앞에서 상대 골키퍼 머리 위를 빠르게 지나가는 강슛으로 골을 터뜨려 추격의 신호탄을 쐈고 미국은 그 덕분에 2-2로 비겼다.

이날도 여러 차례 공격수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다 마지막 결정적 기회가 자신에게 오자 놓치지 않고 시원하게 알제리의 골망을 흔들었다.

미국 축구가 낳은 최고 스타로 통하는 도너번은 아직 서른이 안 됐음에도 불구, A매치에 126경기나 출장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2000년부터 10년간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하면서 이날까지 통산 44골을 터뜨렸다.

도너번의 이름은 2002 한일월드컵 때 한국팬에게 널리 알려졌다.

폴란드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월드컵 무대 첫 골을 신고했고 멕시코와 16강에서 1-0으로 앞선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을 작렬시켜 미국의 2-0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 플레이메이커, 프리킥 전담 키커 등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이다.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바이에르 레버쿠젠(2001~2005년)과 바이에른 뮌헨(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2010년) 등에서 뛰었고 미국프로축구 LA 갤럭시에서 통산 65골을 넣은 미국 최고의 골잡이다.

(서울=연합뉴스)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