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의 경제학] 소비 늘고 國格 높아지고…16강 효과 '4조3000억'
23일 점심시간 서울 중림동의 주상복합건물인 브라운스톤빌딩 1~3층 식당가엔 손님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새벽 한국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확정짓자 직장인이나 주민 모두 기쁨을 나누기 위해 외식에 나섰다. 식당 주인들은 지난 2월 말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딴 뒤 처음으로 만석을 이뤘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월드컵 16강 진출로 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치킨이나 피자뿐 아니라 대부분의 외식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응원용품이나 TV,의류 등 관련 제품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외국에선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높아지는 등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창출되고 있다. 월드컵 16강 진출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4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분석된다.

◆직 · 간접 효과 4조원 웃돌아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월드컵 16강 진출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쾌거의 경제적 효과는 4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연구원은 월드컵 16강 진출의 경제적 효과를 직접적 효과와 간접적 효과의 두 가지로 구분했다. 직접적 효과는 소비 증가에 따른 생산 증대다. 정유훈 연구위원은 "16강에 올라감으로써 당일은 물론 며칠 뒤까지 음료와 간식,술과 안주,뒤풀이 등으로 민간 소비가 늘고 이것이 생산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한국의 하루 평균 소비액이 1조5800억원이며,이 가운데 최근 월드컵 관련 소비액은 49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앞으로 16강전(4900억원)이 열리고,8강에 진출할 확률이 50%(2450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7350억원의 소비가 추가로 늘어난다. 여기에 민간소비지출 생산유발계수 1.7621을 곱하면 월드컵 16강 진출로 1조2951억원의 생산이 증가한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간접적 효과는 국가브랜드 홍보 효과와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다. 앞으로 16강전이 열리고 8강전 진출 확률 50%를 고려하면 외국 TV에 한국팀이 노출되는 시간은 135분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리서치 대행사인 영국 스폰서십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분당 광고효과가 100억원에 달하는 만큼 1조3500억원의 국가브랜드 향상 효과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국가브랜드가 높아짐으로써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도 자연스레 높아지게 된다. 현재 세계 500대 기업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 14개가 포함돼 있다. 월드컵 16강 진출로 기업이미지가 1%포인트 높아지고,기업이미지를 1%포인트 높이는 데 1억달러가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두 1조6800억원의 기업 이미지 제고효과가 생긴다.

◆무형 효과는 더욱 커

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컨설팅 본부장은 "16강 진출은 경제적 효과 외에 국민들의 자신감과 자긍심을 높이고 사기를 진작시켜 국민 통합의 계기를 마련하는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월드컵 16강 진출로 천안함 사건 이후 침체된 국민의 기(氣)가 살아날 것이며,최근 지방선거 이후 정치 갈등과 국론 분열의 상황에서 국민 통합을 이루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누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5위 및 김연아 선수 우승 등과 맞물려 한국이 세계에서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금융위기 극복의 선두주자라는 국가 이미지와 결부돼 국격이 높아지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이 연구소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5위로 인한 경제효과를 20조1768억원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찬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 상반기 한국의 수출이 급증한 것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과 국내기업의 높은 경쟁력에서 비롯됐지만 밴쿠버올림픽 선전도 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