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0개월째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기간이나 가격을 분산해 '코스트 애버리징'(평균 매입단가 인하) 효과를 노리는 똑똑한 '분할투자 펀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적립식펀드가 고객의 매월 납입액을 통해 기간 · 가격을 분산시키는 반면,분할투자 펀드는 자체적으로 편입 비중을 조절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는 것이 차이점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은 내달 20일까지 주식혼합 단위형펀드(기한 내에만 판매되는 펀드)인 '하나UBS분할매수1호'를 모집한다. 최초 주식 비중을 50%로 가져가다 코스피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할 경우 주식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기준지수(1650포인트) 대비 코스피지수가 2%씩 하락할 때마다 주식 편입 비중이 5%포인트씩 높아지며 마지막 단계에선 3%포인트만 늘려 편입 비중을 최대 88%로 제한한다.

이 운용사는 또 '하나UBS파워업플러스블루칩1호'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펀드는 주식형 '하나UBS태극블루칩'과 채권형 '하나UBS단기1호채권'에 투자하는 모자형 구조로,기간과 가격 분할매수 전략을 동시에 구사한다. 설정 후 1개월까지 이들 두 펀드에 50%씩 투자한 뒤 매월 정해진 시점에 '태극블루칩' 비중을 10%씩 높여간다. 하지만 주식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 코스피지수가 기준일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엔 그 다음 영업일에 '태극블루칩'을 추가로 5% 편입하고 나머지 5%는 정해진 시점에 추가로 늘린다. 주식시장이 5% 이상 하락한 적이 없으면 기간 분할매수 전략만 쓰고,5% 이상 하락하면 가격 분할도 병행하는 셈이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미래에셋맵스 스마트 분할투자(주식혼합)'를 25일 출시한다. 이 펀드는 시장 등락을 이용해 단기적으로 장이 오르면 주식 편입비율을 낮추고 내리면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편입 주식은 계량적 분석을 통해 선별된 40~60개 업종 대표주로 구성된다. 관계자는 "시장이 추세적으로 급등하는 시기가 아니라면 전반적으로 분할투자 펀드 성과가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한국투신운용은 지난달 452억원 규모의 '한국투자 전략분할매수1(주식혼합)'을 선보였다. 이 펀드는 최초 설정 때 주식 비중을 높인 뒤 4개월간 매달 두 차례씩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관계자는 "고객 반응이 좋아 판매사들이 추가 설정을 요청하고 있어 조만간 2호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달부터 '스마트플랜1~3호'를 총 353억원 규모로 설정해 운용 중이다. 시황에 따라 매달 적립되는 주식 투자비중을 코스피200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자동 조절하고,기간별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투자자산을 국공채 등 안전자산으로 전환한다.

이들 분할투자 펀드는 주가가 빠졌을 때 추가로 주식을 사들여 매입단가를 낮추는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펀드별로 주식 투자비중이나 확대 시점에 차이가 있다"며 "주식 비중을 높이는 방식도 ETF,개별 주식,펀드 등으로 차이가 있어 조건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일정 기간 모집한 뒤 운용에 들어가는 단위형이 대부분인 만큼 기한 내 가입해야 하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