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세를 보이는 듯했던 미국 주택 시장이 다시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23일 지난달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가 전달보다 33% 급락한 연율 30만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963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저수준이다. 시장의 예상치도 밑돌았다. 블룸버그통신 조사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달 신규주택 판매가 41만건으로,전월 대비 1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전날 전미부동산협회(NAR)가 발표한 지난달 기존주택 판매도 전달보다 2.2% 감소해 연율 566만건을 나타냈다. 이 역시 전문가들의 전망치 612만건을 밑도는 것이다.

신규 및 기존주택 판매가 감소한 것은 8000달러 규모의 주택 매입 세제 혜택이 6월 말 종료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4월 말까지 주택 매매계약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5월 주택 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거래가 형성된 신규주택 중간가격은 20만900달러로,전년 동기 대비 9.6% 떨어졌다. 다만 기존주택 중간가격은 17만9600달러로,1년 전에 비해 2.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거래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오자 월가 간판 금융애널리스트인 메리디스 휘트니의 주택시장 더블딥 경고가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였다. 그는 미 경제가 전반적으로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주택 시장은 다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 자산의 부실화로 이어져 미 경제 회복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택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고용 △소비 △인플레이션 등 경기 관련 지표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됐다. 4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가 당초 예상을 훨씬 밑도는 4만1000명 수준에 그치면서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미 경제성장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불안하다.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5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2% 감소했다. 8개월 만에 소매 판매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며,2009년 9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하강압력이 커지는 현상도 미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