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요즘 무슨 고민을 하고 있을까. 국가 경쟁력 분야의 세계적 석학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한 지난 22일 '글로벌 이노베이션 포럼 2010'을 취재하면서 생긴 궁금증이다.

처음에는 금융업 같은 서비스업이나 정보기술(IT) 산업을 떠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기는 했지만 금융은 여전히 미국의 주력 산업이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대변되는 미국의 IT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자에게 주제 발표자로 나선 윌리엄 베이츠 미국 경쟁력위원회 부위원장이 꺼낸 화두는 예상 밖이었다. 그는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스크린에 띄우며 "요즘 미국은 제조업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스크린에 '5년 뒤 제조업 경쟁력 상위 10개국'이란 막대 그래프가 나타났다. 미국 경쟁력위원회와 세계적 경영 컨설팅 그룹인 딜로이트 투시 토머스가 최근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결과였다. '1위 중국,2위 인도,3위 한국,4위 브라질,5위 미국….'미국은 제조업 강국인 중국이나 한국은 물론 인도와 브라질에도 순위가 밀렸다. 베이츠 부위원장은 "대단히 걱정스러운 데이터"라며 "그동안 우리는 서비스 산업만 하고 물건은 다른 나라에서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면서 요즘 한국의 경쟁력 논의가 떠올랐다. 한국에선 요즘 제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떨어지니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애플 쇼크'에 놀라 소프트웨어는 고부가가치, 하드웨어는 저부가가치라는 인식이 퍼지고있다. 은행 증권 등 금융권은 최고 연봉을 자랑한다.

반면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금형 용접 단조 등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dirty,difficult,dangerous)산업 취급을 받고 있다. 혹시 우리도 언젠가 베이츠 부위원장처럼 "제조업이 없으면 경쟁력도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말을 고통스럽게 꺼내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