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Refresh,Uncommon,Beautiful,Youthful)족','나우(New Older Women)족','노무(No More Uncle)족','레옹족','머추어 레이디(Mature Lady)','아라포(Around 40)'.

최근 2~3년간 유통 · 패션 시장에서 '40대'를 표현하기 위해 등장한 신조어들이다. 각각 지칭하는 대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의미는 큰 차이가 없다.

안정적인 소득 기반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외모와 패션에 좀 더 신경을 쓰는 40대를 일컫는 말들이다. 이처럼 40대를 타깃으로 한 신조어가 유독 많아진 것은 그만큼 이들이 소비시장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도 40대는 소비를 주도하는 연령대다. 현대백화점의 올 1~5월 매출에서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1.0%로 5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포인트 올라갔다. 2위인 30대(27.6%)보다도 3.4%포인트 높다.

그렇다면 이들 40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소비성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현대백화점 40대 카드회원 고객의 올 1~5월 브랜드별 매출 순위를 5년 전과 비교해 알아봤다. 이 백화점은 이 기간 점포 수(11개) 변화가 없었던 데다 주요 브랜드의 입 · 퇴점이 적어 트렌드 변화를 잘 보여줄 수 있어서다.

◆명품 '빅3' 인기 급상승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명품 '빅3'로 불리는 루이비통과 샤넬,에르메스의 약진이다. 루이비통은 5년 전 11위에서 압도적인 격차로 1위에 올랐고 샤넬은 23위에서 5위,에르메스는 22위에서 6위로 껑충 뛰었다.

매스티지(대중화한 명품)급으로 분류되는 버버리가 6위에서 15위,구찌가 12위에서 14위로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신동한 명품 바이어는 "명품의 전반적인 강세 속에서 40대의 '빅3'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경제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며 "특히 하나를 사더라도 상품 가치가 높은 명품을 사는 '가치 소비'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 들어 20대의 매출 순위에서는 루이비통이 3위였으며,샤넬은 50위권,에르메스는 60위권으로 처졌다. 30대에서도 루이비통은 1위이지만 샤넬은 10위,에르메스는 15위다. 루이비통은 '엔트리' 명품으로 불리는 100만원 안팎의 상품도 갖추고 있지만,샤넬과 에르메스는 고가 상품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는 '구호'

의류 브랜드 매출 순위는 대부분 하락했지만 제일모직의 여성복 '구호'는 5년 전 40위에서 3위로 도약했다.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 40대 여성들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디자이너 브랜드인 '손정완'은 3위에서 21위,타임은 5위에서 8위,남성 정장 '갤럭시'는 21위에서 42위로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상품군별 매출 비중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40대 매출에서 명품 비중은 8.4%에서 11.8%,화장품은 6.9%에서 8.7%로 높아진 반면 여성 의류는 17.4%에서 14.4%,남성 의류는 8.9%에서 7.2%로 떨어졌다. 의류부문에선 '영패션'만이 11.3%에서 11.7%로 소폭 증가했다. 전체 영패션 매출에서 4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7.9%에서 31.1%로 올라갔다.

이희준 현대백화점 영업기획팀 부장은 "최근 쏟아지는 신조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40대에서 나이에 비해 젊게 입으려는 '다운에이징'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에 맞춰 영패션 브랜드와 캐주얼 매장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