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컨티넨탈 슈퍼스포츠의 키를 꽂는 위치는 운전대 왼쪽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왼손으로 키를 돌리고 오른손으로 변속기를 조절해 출발하는 경주차의 전통을 바꾸지 않은 결과다. 컨티넨탈 슈퍼스포츠엔 이처럼 경주차의 DNA가 곳곳에 숨어 있다.

외형은 상당히 큰 편이다. 2인승 쿠페로,일반적인 대형 세단만큼 길지 않지만 너비가 1945㎜로 넓다. 현대자동차 그랜저(1850㎜)와 비교하면 95㎜ 더 넓다. 하지만 납작한 형태여서 물흐르듯 유연한 몸매를 자랑한다.

좌석은 전형적인 경주차처럼 버킷시트다. 고급 천이 부드럽게 몸을 감싸줬다. 운전대 촉감은 차라리 매끄러운 편에 속했다. 뒤가 낮은 2도어 쿠페인데도 뒷 공간에 짐을 싣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컨티넨탈 슈퍼스포츠의 진가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상당히 민감한 가속감을 갖고 있어서다. 발 끝만 살짝 댔을 뿐인데 굉음과 함께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12기통 엔진을 달고 최고출력 630마력의 괴력을 냈다. 배기량은 승용차 중 최고 수준인 6000cc다. 계기판 최고 속도가 시속 340㎞인데,실제로 시속 329㎞로 제한된다.

시속 250~260㎞까지 달려봤는데,차량이 흔들림없이 낮게 깔리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속에선 리어 스포일러가 자연스럽게 위로 솟았다. 양력을 눌러주기 위해서다. 속도를 줄이자 리어 스포일러가 룸미러를 통해서도 보이지 않았다.

상시 사륜구동(AWD) 방식이다. 40 대 60의 비중으로 후방 토크 배분이 많다. 자동변속기는 6단 ZF 퀵쉬프트다. 요즘 나오는 '달리기 전용차'들이 그렇듯 상당히 고급스러운 오디오 장치를 갖췄다. 15개의 맞춤제작형 스피커가 있다.

다만 국내 도로에서 컨티넨탈 슈퍼스포츠를 탈 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속도 제한도 제한이거니와,둔턱이 워낙 많아서다. 차체가 낮아 속도방지턱 등을 넘을 땐 특히 조심해야 한다. 공인 연비는 ℓ당 5㎞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