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는 말을 아무 차에나 붙일 수는 없는 법이다. 재규어의 '뉴 XK 쿠페'엔 이 표현보다 적당한 단어를 찾기 어렵다.

세계 2차 대전 때 영국군의 주력 전투기인 '스핏 파이어'부품을 만들던 재규어는 XK에 항공기 디자인을 접목시켰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전투기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봤을 때 기체 날개 모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뉴 XK는 유려한 비행기 외관에다 현대적인 감성이 더해진 스타일이다. 시내를 통과할 때면 어김없이 주변 시선을 끌어 당기게 된다.

이 차의 가격은 1억5900만원이다. 차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실내 곳곳에 고급 내장재를 갖췄다. 원목을 사용한 우드트림과 이중 스티치 방식으로 만든 가죽 문손잡이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장치는 다양하다. 전자동 에어컨 장치와 오디오,내비게이션,블루투스 등이 있다. 7인치 터치 스크린이 좀 작고,운전자 시선에선 다소 불편했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뉴 XK 쿠페는 신형 5.0ℓ짜리 V8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385마력과 최대토크 52.5㎏ · m을 힘을 냈다. 동종 어떤 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동력성능이다. 구형인 4.2ℓ짜리에 비해 각각 26% 및 23% 높은 출력과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5초에 불과하다.

뉴 XK 쿠페의 배기음은 상상 이상이다. 시동만 켰을 땐 아프리카의 야생 표범이 먹이를 노려볼 때를 생각나게 했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니 경주차의 그것처럼 시원한 음향을 제공했다.

뉴 XK 쿠페를 몰고 새벽시간 고속도로로 나섰다. 속도를 낼수록 차량이 낮게 깔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안정감을 주는 원인은 액티브 디퍼렌셜 컨트롤(ADC)과 같은 첨단 기술 덕분이다. 각 바퀴에 전달되는 토크 비율을 자동으로 제어해 접지력과 가속력을 향상시켜준다. 첨단 안전장치도 숨어있다. 보행자와 충돌할 때 보닛을 100분의 3초 이내에 17㎝ 들어올려 쿠션 효과를 제공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