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직원 비리에 떨고 있다. 아파트 건설이나 공공 공사 수주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 받을 경우 개인비리라 하더라도 해당 건설사가 입찰 참여를 못하는 등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개인과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형법상 양벌 규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지만 행정법상 양벌규정은 여전하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최근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 입찰비리와 관련해 A사의 임원 K씨 등 3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 7월 파주시가 발주한 공사 예산 590억원 규모의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당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대학교수 등에게 수천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법은 앞서 지난 4월 경기도 오산의 한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시행사로부터 지급보증 편의 등을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D사 민간사업팀장 J씨에 대해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두 사건이 회사 차원의 비리는 아닌 것으로 보고 법인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직원 범죄에 있어 회사의 관리책임이 없는 경우에 대해서도 직원과 법인을 함께 처벌(양벌)토록 한 건설산업기본법,의료법 등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형사상 양벌규정은 사라졌지만,건설업계는 행정적으로는 양벌규정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국가계약법이나 지방자치단체계약법 등에서는 건설사 직원이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최대 2년 동안 국가나 지자체 발주 공사의 입찰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확정판결이 아니어도 해당돼 법조계 일각에서는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뇌물사건으로 파주시의 행정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A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개인이 잘못했다고 해서 법인에 무조건 불이익을 주는 것은 행정권 남용"이라며 "기존 헌법재판소 판례에 비춰보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벌금보다도 입찰 참여 제한이 훨씬 더 무섭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건설사들이 법인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임원이 아닌 직원에게 금품 제공을 지시하는 일이 일반화돼 있어 비리 척결대책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