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슬로바키아와 파라과이가 혼돈에 빠진 F조의 승자로 올라서기 위한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슬로바키아와 파라과이는 20일(한국시간) 저녁 8시30분 남아프리카공화국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격돌한다.

역대 세 번째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하는 이탈리아가 포진한 F조는 애초 상, 하위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평가됐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르고 나서 오히려 복잡한 혼돈에 빠져 있다.

이탈리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을 보인 끝에 파라과이와 1-1로 겨우 비겼고, 슬로바키아 역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뉴질랜드에 종료 직전 동점골을 얻어맞고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네 팀이 모두 1-1로 무승부를 기록해 승점과 골득실, 다득점 모두 똑같다.

남은 두 경기 성적에 따라 최강자 이탈리아(FIFA랭킹 5위)도 최하위로 추락할 수 있고, 최약체 뉴질랜드(FIFA랭킹 78위)도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

남은 경기에서 자칫 실수라도 나와 지거나 무승부에 그치게 되면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안갯속이다.

따라서 슬로바키아와 파라과이 모두 물러서지 않는 일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나 흐름에서나 파라과이가 훨씬 유리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버티는 남미에서 1998년 프랑스 대회부터 4회 연속 본선에 오른 것부터 상당한 저력이다.

1986년과 1998년, 2002년 세 차례나 조별리그를 통과한 경험이 있어 대회 전부터 이탈리아와 함께 16강 진출 후보로 거론됐다.

F조 상황이 복잡해진 것도 파라과이가 이탈리아와 대등한 경기를 펼친 덕이 컸다.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한 방'도 갖춘 만큼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에 오른 슬로바키아가 쉽게 꺾을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가장 어려운 상대였던 이탈리아와 경기를 무난히 넘기고 3차전 상대가 최약체인 뉴질랜드라는 점에서 부담도 가장 작다.

반면 슬로바키아는 반드시 이겨야 할 상대였던 뉴질랜드에 경기 종료 직전 인저리타임에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해 무승부에 그치며 타격을 입었다.

3차전에서 '슬로 스타터' 이탈리아와 맞붙는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과거 동구권 최강자였던 체코슬로바키아의 계승자답게 쉽게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각오다.

유럽 지역 예선에서 조 1위로 본선 진출권을 거머쥔 저력도 결코 만만히 볼 수준은 아니다.

파라과이를 잡을 수만 있다면 사상 첫 월드컵 승리를 넘어서 16강 진출까지 노려볼 수 있는 만큼 사생결단의 각오로 그라운드에 설 가능성이 크다.

뉴질랜드와 경기에서 초반 이후 집중 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활약을 못했던 마레크 함시크(나폴리)가 제 기량을 펼쳐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서울=연합뉴스)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