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55 · 여)는 홍모씨(53)와 함께 서울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던 중 공동 투자로 은평뉴타운 아파트를 분양받아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기로 약정했다. 홍씨 명의의 청약통장으로 분양받으면서 이씨는 분양대금 10억6560만원 가운데 4억6000만원가량을 분양회사인 SH공사에 냈다. 그러나 홍씨는 임의로 분양 계약을 해지하고 대금을 돌려받은 후 다른 투자에 써버렸다. 시세차익은커녕 투자금 회수가 급해진 이씨는 홍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러나 지난 11일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소유권이 홍씨에게 넘어가 횡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씨는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부동산 대박을 꿈꾸다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투자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들이 편법 · 탈법 등으로 스스로 고위험을 짊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부동산 제도도 수시로 바뀌어 법적 투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 제 꾀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시세 두 배로 지분 쪼개 샀더니…

17일 대법원에 따르면 부동산소유권,저당권 설정 등 부동산 관련 민사사건의 지난해 원고 승소율은 36.6%로 전체 민사사건의 원고 승소율(47.4%)을 크게 밑돌았다. 최광석 로티스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부동산 투자를 했다 손해를 보고서 매매 당사자나 동업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지만 법원이 투자자의 책임을 엄격히 물어 승소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분양권을 노리고 '지분 쪼개기'를 했던 투자자들은 뜻을 이루지 못한 뒤 소송을 해도 투자 원금을 보호받기도 쉽지 않다. 장모씨 등 인천 용현 · 학익 도시개발사업 추진구역 투자자들은 자신에게 구역 토지를 쪼개 판 부동산 업자를 상대로 조합비 반환 소송을 냈지만 지난 9일 패소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구역 내 토지 1평이나 최소 지분만 매입하면 조합원 자격과 아파트 분양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3.3~16.6㎡(1~5평) 토지를 시세의 2배 수준인 1500만~7500만원에 매입했지만 2008년 9월 도시개발법 개정으로 분양권을 얻기가 불가능해지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장씨 등이 조합비 명목으로 돈을 낸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로 실제 가치보다 부풀려진 땅을 샀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다운계약서로 땅 팔았다가…

나모씨는 2007년 2월 광주의 전답 1535㎡를 이모씨에게 8억3000만원에 팔면서 2억원 가까운 양도소득세를 물게 됐다. 세금이 아까웠던 나씨는 이씨와 짜고 매매가를 5억3000만원으로 낮춘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후 세무서에 제출,1500여만원의 양도세만 냈다. 그러나 이씨는 1년 후 토지를 팔면서 거액의 양도세를 물게 되자 세무서에 취득가액을 실제 매입가인 8억3000만원으로 적어냈다. 이에 세무서는 나씨에게 가산세 등 2억1000만여원의 세금을 추가로 낼 것을 통지했다. 나씨는 "추가 세금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에 이어 2심 법원은 지난 9일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탈법으로 체결된 계약은 무효"라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위장전입해서 분양받으면…

장모씨는 한화건설이 2006년 10월 인천 소래 · 논현지구에서 에코메트로 아파트를 분양하자 위장전입으로 분양권을 받은 후 전매키로 마음먹었다. 장씨는 경기도 부천에 살고 있는 지인 고모씨의 부친을 인천 부평구로 이사한 것처럼 허위 전입신고를 하고 고씨 부친 명의로 분양권을 당첨받았다. 장씨는 피해자 임모씨에게 정상적인 분양권인 것처럼 속여 계약금 4141만원에 웃돈 1억3400만원을 추가한 금액에 매도키로 하고 이 가운데 선금 1억1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뒤늦게 거짓을 알아챈 임씨가 고소해 장씨는 최근 1심에서 주민등록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징역 8월형을 선고받았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