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GDP.고용 약발없어.."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가 이유"

국내에서 예상보다 좋은 경제지표가 잇따라도 무덤덤하기만 한 증시가 남의 나라에서 들려오는 경제지표에는 일희일비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1분기 국내총생산(GDP), 5월 실업률, 4월 산업생산이 호조세를 나타냈지만 증시는 이런 국내 경제지표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4일 장시작 전 발표된 1분기 GDP는 7년3개월 만에 8%대로 진입했다.

4월27일에 발표한 속보치에 비해 0.3%포인트 상향된 것으로, 2002년 4분기 8.1% 이후 7년3개월 만에 8%를 넘었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도 2.1%로 속보치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기저 효과의 영향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1분기 경제 성적표는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이날 코스피지수는 2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주말로 예정된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작용했다.

9일에는 개장 전에 5월 취업자 수가 8년1개월만에 최대폭으로 늘고 실업률도 3%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등 고용시장도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표가 나왔다.

5월 취업자는 2천430만6천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8만6천명이 증가, 2002년 4월 64만6천명이 늘어난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으나 이를 확인한 증시는 4포인트 내림세를 나타냈다.

주말에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가 기대와 달리 예상치를 한 여진이 남아있는데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영국의 재정적자 문제를 경고하는 등 유럽 재정적자 우려가 지속되면서 숨고르기를 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4월 산업생산도 호조세를 보였고, 1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했지만 증시는 이보다는 수급 상황과 중국의 5월 수출, 내수 수치 등의 영향을 받아 올랐다.

이와 달리 뉴욕증시는 지난 주말 일자리 증가 규모가 기대에 미달했다는 소식에 주요 3대 주가지수가 일제히 3% 이상 떨어지는 폭락세를 보였고, 중국증시는 지난 1일 예상치를 밑돈 5월 제조업구매관리지수(PMI)에 낙폭을 키우는 등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도 이들 지표에 출렁거렸다.

전문가들은 수출 위주의 한국경제 구조가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출이 경제에 비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국내 지표보다는 물건을 팔 대상 국가의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정명지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1분기 한국과 같은 GDP가 나왔다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증시가 급등했겠지만, 국내 증시는 수출 주도형이고 무역 의존도가 강해 지표에 반응하지 않는다"며 "국내보다는 대외경제 변화, 특히 수출에 있어 큰 시장인 미국이나 중국지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우리 경제가 분기마다 8% 성장한다고해도 국내 증시는 이보다 미국과 중국지표를 쳐다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도 "한국경제 특성상 물건을 만들어파는 선진국이 중요하고, 증시에서도 선진국 자금이 중요해 국내 지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국내증시가 다른 시장에 비해 선전하는데 경제지표 호조가 도움을 주고 있다"며 국내 지표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