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자 제임스 비렌은 노인을 '생리적으로 퇴화기에 있고,정신 기능과 성격이 변하고 있으며,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상실한 사람'으로 규정한다. 국제노년학회는 '노령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 심리적 · 환경적 변화와 행동의 변화가 상호 작용하는 복합적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알쏭달쏭하게 정의한다. 어느 쪽이든 딱부러지게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식 인구통계나 공공요금 경로우대에서는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본다. 평균 수명이 66세였던 1981년 노인복지법을 만들며 정한 기준이다. 수명이 79세로 늘어난 요즘 60대 중반을 노인으로 불렀다가는 서운하다는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니 이 또한 적합하다고 보긴 어렵다. 복지부가 60세 이상 남녀 1만5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0~74세는 돼야 노인'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아무튼 노년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나라가 주는 복지혜택은 미흡하기 짝이 없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실정에서 일자리를 달라고 할 형편도 아니어서다.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 그럭저럭 세월을 보내는 게 노인의 일상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생각할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18~85세 미국인 3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나이가 들면서 인생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진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행복 기쁨 등의 감정을 느끼는 빈도가 18세부터 계속 줄어들다 50세를 기점으로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젊어 보이려고 기를 쓰는 마당에 무슨 황당한 소리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퓨처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행복한 연령대는 60~69세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유가 재미있다. 직업,인간관계 등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뇌 · 호르몬 등의 생리적 변화가 생기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이번 조사에서도 스트레스와 걱정,분노의 감정은 나이를 먹을수록 감소했다.

그렇다면 늙어가는 게 마냥 상심할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건강과 경제력이 웬만큼 뒷받침된다면 노년의 삶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하긴 평일 눈치보지 않고 산책을 하거나 편안하게 낮잠을 즐길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디 보통 일인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