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유창순 전 국무총리는 총리(1982년)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1989~1993년)을 역임하며 한국 정 · 재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1918년 평남 안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7년 평양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1950년 헤이스팅스대를 졸업했다. 이듬해인 1951년 한국은행 도쿄지점장에 부임한 이후 뉴욕사무소장,부총재 등을 거쳐 1961년 한은 총재에 올랐다. 이어 1962년 상공부장관,1963년 경제기획원장관 등 경제관료직을 두루 거치며 당시 박정희 정부의 국가 경제발전 전략을 짜는 데 기여했다.

고인은 한은 도쿄지점장을 맡던 시절 신격호 롯데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고인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롯데그룹을 통해 재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1988년 롯데 계열 화학기업인 호남석유화학 회장에 이어 1989년 관료 출신으로는 처음,전문경영인 출신으로는 고(故) 홍재선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전경련 회장을 맡았다.

정계와 재계 경력이 다양했던 고인은 전경련 회장직을 연임하며 자유시장경제 이념을 확산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고인은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내던 1981년 서울올림픽 유치 대표로 활동하면서 당시 전경련 회장으로 유치위원장을 맡은 정 명예회장을 도왔다. 당시 인연으로 2001년 정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 영결식에서 우인(友人) 대표로 추모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애자 여사와 5남1녀가 있다. 고인은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