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500억원대 아파트 통매각'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송파구 잠실동의 트리지움 리센츠 엘스 등 재건축 단지 아파트가 사기 대상이다. 사기꾼들은 이들 지역에서 허가받은 물량보다 아파트를 더 지었고 미분양 물량도 많아 분양가의 절반 수준에 통매각한다고 떠들고 다닌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투자자들은 '사업자들이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반값에 파는 것'이라고 지레짐작해 대형 사기사건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시세 절반에 통매각"

사기꾼들은 더 지어진 아파트의 실제 소유주라며 서울시와 조합을 거론하고 있다. 떳떳하지 못한 물건이어서 싼값에 은밀하게 팔고 있다는 그럴듯한 논리도 펴고 있다. 신현화 잠실 트리지움 조합장은 "올 들어 '비공개적으로 팔리고 있는 매물이 있느냐'는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사기꾼들이 한때 시공사 보유분이나 미분양 물량이라고 하다가 요즘엔 계획보다 더 지어진 물량이라며 유혹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사기꾼들은 100채씩 묶어 팔고 있으며 매도가는 일반분양가의 58%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59㎡ 80채,84㎡ 19채,168㎡ 1채 등 100채다. 총 매도가격은 550억원으로 계약 때 200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들은 강남권 대형 중개업소,인수합병(M&A) 및 부동산 브로커,로펌 사무장 등을 통해 매도 제안서를 유통시키고 있다. 또 돈이 든 통장 사본을 먼저 건네주면 1~2일 뒤 은밀한 곳에서 서울시 직원과 실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도 솔깃


재건축 단지에 건축 규모를 몰래 늘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로펌 사무장이나 산전수전 다 겪은 대형 중개업소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매도 가격이 싼 데다 사기꾼들이 서울시 명의나 주인이 없는 걸로 표시된 등기부등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는 잠실 트리지움 320동 7층,잠실 리센츠 204동 29층 등의 매물을 확인한 결과 소유관계를 나타내는 '갑구'란이 아예 없었다.

D로펌 사무장인 K씨는 "매도 측이 제시한 100건의 등기부등본을 일일이 떼어 본 결과 일부는 주인이 있었고 일부는 주인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주인이 있는 물건에 대해선 명의신탁한 상태라고 매도자 측이 주장했다"고 말했다. 전 주인 A씨는 "알고 지내는 사람이 실제 100채를 샀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계속 서울시 물건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100% 사기"


서울시는 준공검사 때 확인하기 때문에 허가 물량보다 아파트를 더 짓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송파구청은 잠실지구를 통틀어 미분양 물량은 단 한 건도 없다고 확인했다. 시공사도 보유 물량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갑구나 을구가 없는 등기부등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등록세 지연에 따른 과태료가 없어 입주 후에도 돈이 아까워 등기를 미루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명의로 된 매물의 경우 장기 전세주택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백삼종 송파구청 재건축팀장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여 일선 동사무소에 주의 공문을 내리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조성근/임도원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