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절제' 고수..식자층은 '북한 동정론'
전략적 판단 속 '유소작위-굴기' 본격화 해석도


중국은 '천안함 조사' 발표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냉정과 절제'를 표방하며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설득과 채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태도는 요지부동처럼 보인다.

그래서 중국 외교의 무게추가 '전통의 혈맹'인 북한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일 우리 정부의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 이후 지금까지 "조사결과에 대해 신중하게 연구하고 평가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말을 고수했다.

우리 정부의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지지하겠다는 '확실한 언급'을 강조하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서방의 주요 국가들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행보다.

심지어 중국 자체 분석이 끝나기 전까지는 한국의 합조단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뜻도 내포돼 있어 보인다.

"한국정부의 조사결과와 북한의 반응에 모두 주목하고 있다"는 중국의 입장은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도 미국의 강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와 비슷한 스탠스를 취했다.

'냉정과 절제'를 키워드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으며 결국 전략대화에서는 "한반도 안정 유지에 미.중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천안함 사건을 회부해 대북제재 결의를 하자는 미측의 요구를 중국이 끝내 비켜간 것이다.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도 지난 25일 서울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동참 요구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란 원칙론을 펴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중국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조절된' 논평을 내놓는 외교부 대변인을 제외하고 공산당과 국무원의 외교라인 모두 가급적 언급을 삼가는 분위기다.

당과 정부 기관지 성격의 언론매체들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남북한 주장을 사실관계 위주로 비슷한 크기로 전하고 있다.

기계적인 중립 의도가 물씬 느껴지는 관변의 분위기는 언론매체를 접하는 중국 식자층으로 가면 방향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게 현지의 흐름이다.

'북한동정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통신과 방송, 신문을 포함한 언론매체는 물론 심지어 인터넷 매체까지 사실상 정부 통제로 '의도된' 여론을 생산하는 중국의 실정을 감안할 때 이런 여론의 향배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의 유력 외교소식통은 27일 "중국 지도부는 남북한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을 드러내놓고 지지하지는 않으면서 여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지'를 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맺은 한국으로선 중국의 태도에 적지 않은 서운함을 느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북한의 소행이 분명한 상황에서 '냉정과 절제'는 암묵적인 북한 편들기로도 받아들여지는 탓이다.

이와 관련해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로 성장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라는 소극적 태도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유소작위(有所作爲:문제가 생기면 적극 개입해 푼다)'와 '굴기(굴<山+屈>起:우뚝 일어섬)'를 본격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대북 영향력을 확대해 이를 일종의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했으며 최근 천안함 사태에 대한 모호한 태도는 이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