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홈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 그것도 '영원한 라이벌' 한국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고 기분 좋게 스위스 전지훈련 캠프로 떠나려던 일본 대표팀의 계획이 '아시아 스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번개같은 결승골에 수포가 됐다.

24일 오후 통산 72번째 한일전이 펼쳐진 일본 사이타마시 사이타마 스타디움은 경기 킥오프 직전까지 잔치 분위기에 휩싸였다.

일찌감치 23명의 월드컵 최종엔트리를 확정한 일본은 경기 시작 전부터 화려한 사전행사로 대표팀의 출정식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경기에 앞서 일본 국가는 최고 인기그룹 에그자일이 맡았고, 일본 대표팀의 경기장 도착 장면부터 전광판에 방영하면서 관중의 환호를 이끌었다.

더불어 6만 3천여석의 경기장은 1만여 명에 달하는 '울트라 닛폰' 응원단이 자리를 잡았고, 일본 팬들도 모두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관중석을 지켰다.

한국 응원단 700여명도 관중석을 지켰지만 일본 응원단의 함성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았다.

이윽고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일본 대표팀은 일방적 응원 속에 경기에 나섰지만 관중의 환호는 5분30초 만에 중단됐다.

박지성이 엔도 야스히토가 헤딩한 볼을 낚아채 단독 드리블을 하고 나서 페널티지역 오른쪽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일본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순간 울트라 닛폰 응원단은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붉은 악마 응원단에선 함성이 쏟아졌다.

J-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지성은 이날 선수 소개에서도 일본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지만 태극전사의 일원으로 결승골을 터트리고, 주장으로서 주심에게 효과적으로 항의하는 등 최고의 수훈을 발휘했다.

전반전 동안 일본 대표팀은 별다른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한국의 효과적인 압박과 공격진의 변화무쌍한 위치 변화에 당황하며 득점 없이 전반을 끝냈다.

후반 상황도 별다를 것은 없었다.

한국이 박주영(모나코)를 투입하면서 4-2-3-1 전술을 쓰며 경기에 변화를 가져왔지만 일본은 오카자키 신지(시미즈)를 원톱으로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가 뒤를 받치는 4-5-1 전술을 고집했고, 끝내 소득은 없었다.

결국 오카다 다케시(54)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공격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혼다를 후반 중반 교체하고 말았다.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을 떠났지만 혼다의 어깨는 무겁기만 했다.

경기 종료 직전 박주영(모나코)에게 페널킥을 내주며 0-2로 완패한 일본은 지난달 세르비아전(0-3패)에 이어 2연패를 당하면서 초상집 분위기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스위스 전지훈련을 떠나게 됐다.

반면 최근 A매치 4연승을 거둔 태극전사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한일전의 부담감을 떨치면서 25일 오스트리아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사이타마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