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 문제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천안함 사태가 환율 상승에 불을 질렀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을 지켜본 한 시장참가자의 말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원(2.49%) 폭등한 1194.1원으로 마감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29일 기록한 1196원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그야말로 폭등세를 연출했다. 밤사이 뉴욕증시가 이틀째 하락하고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강화시키자, 뉴욕장에서 1개월물 원달러는 장 중 1183원까지 치솟았다. 이런 급등세는 이날 국내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환율은 전날보다 4.4원 상승한 1169.5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천안함 조사 결과가 발표된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상승 탄력을 받았다. 오전 10시33분경 1178원으로 연중 고점(1177.5원)을 가볍게 갈아치웠고, 오후 들어서는 1190원을 단숨에 뚫고 올라갔다.

이날 오전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이 북한이 침투시킨 소형 잠수정으로부터 발사된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로 선체가 절단돼 침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더욱 달궈지며 역내외 달러 매수세를 유입시켰다.

결국 환율은 오후 2시40분경 1196.7원에서 고점을 확인한 후 오름폭을 조금 줄여 전날보다 29원 치솟은 1194.1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시장이 패닉 상태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외환당국의 개입이 나왔어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당국의 개입성 매수세는 추정되지 않았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전했다.

한 시장참가자는 "오늘 환율 상승과 주가 하락은 과도했다"며 "오늘 같이 금융시장이 패닉일 때 당국이 적어도 구두개입이라도 단행해 시장을 안정시켜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환율 상승은 이례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다른 시장참가자는 "오늘 같은 경우는 추세에서 벗어난 '폭등'이었다"며 "유로존 재정문제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안심할 수 없는 국면이라서 1150원 위에서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요즘 환율의 거래 범위를 말하기가 힘들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며 "당분간 위 아래를 다 열어 놓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이 같은 변동 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참가자는 ""금융시장이 유로존 재정문제에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작은 악재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환율이 국내 변수뿐 아니라 외생적인 변수에 의해 더 크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방향성을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모종의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외환시장은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1200원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90p(1.83%) 급락한 1600.18을, 코스닥지수는 19.39p(3.87%) 폭락한 481.06을 나타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날에 이어 390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환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25분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낙폭을 더 늘려 1.2336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91.01엔을 기록 중이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